MBC가 취재 중 사고로 질환을 앓고 있는 기자에 대해 사실상 징계조치인 인사평가 기준 'R' 등급을 매겼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강제적으로 매 평가마다 R 등급을 매겨 퇴출자를 가려내는 현 제도가 불공정하다며, 노조는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MBC 노조는 총파업 돌입을 위한 찬반투표를 진행 중이다.
17일 MBC노조 비상대책위원회가 발간한 비대위특보를 보면, 최근 MBC 보도국은 내근을 하던 A기자에게 인사평가 등급 'R'을 매겼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R등급은 최하등급으로, 두 번 받을 경우 인사위원회에 회부돼 징계가 가능하며, 한 번만 받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MBC의 인사평가 등급은 S-T-O-R 등 4개로 나뉜다. MBC 관계자에 따르면 통상적으로 평가대상자의 상위 5% 정도가 S, 15% 정도는 T등급을 받았으며, 나머지 80%는 대개 O등급을 받았다.
김재철 사장이 취임하며 R등급이 강제적으로 할당됐다고 MBC노조는 강조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김 사장 취임 후 첫해에는 2%, 다음에는 5%, 올해는 2.5%로 R등급이 각 국마다 강제 할당됐다"고 말했다. 이번에 보도국에 내려온 R등급 할당량은 6명이다.
문제는 이번에 R등급을 받은 A기자가 수습기자 시절 근무 중 재해로 정상적인 근무가 어려운 장애인이었다는 점. 특보에 따르면 A기자는 지난 2002년 3월 용산역에서 취재도중 열차에 치이는 중상을 입었다. 수차례에 걸친 수술로 목숨은 건졌으나 현장 기자로 근무하기는 어려운 상태였다. 이 때문에 회사는 A기자를 보도국에서 내근토록 조치했다.
MBC노조는 특보에서 "'R을 받아도 별로 할 말이 없는 약자들이 영원한 총알받이가 될 것이니, MBC를 떠나라'는 논리"라며 "이게 과연 정상적인 회사에서 정상적인 인간이 할 수 있는 사고인가"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MBC노조에 따르면, A기자와 비슷한 사례가 적지않다. 노조 관계자는 "업무 중 뇌졸중으로 쓰러진 한 기자는 신체 일부가 마비됐는데 이번에 R등급을 받았고, 예기치 못한 방송사고로 인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이미 징계를 받은 기자도 R을 받았다"며 "심지어 김 사장 취임에 반대하던 피케팅을 하다 욕설을 한 한 PD도 이번에 R을 받았다"고 강조했다. 정상적인 인사평가가 아니라, 약자나 경영진과 불화를 보인 이를 솎아내는 평가라는 얘기다.
특보는 "사규상으로는 정직 이상의 징계를 받은 사람에게 R을 주도록 돼 있지만, 이제 그런 건 더 이상 상관없"어졌다며 "언제까지 이런 짓을 할 셈인가"라고 지적했다.
MBC노조 관계자는 "인사평가 기준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R등급 강제할당은 결국 '편가르기'가 될 수밖에 없다"며 "1차 인사평가자들이 경영진의 말에 휘둘리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진숙 MBC 홍보국장은 "인사평가자가 가진 정보에 따라 공정하게 평가해 달라고 회사가 수 차례 요청했으며, 그렇게 믿는다"며 "불공정한 평가가 아니라고 믿는다"라고 강조했다.
또 "회사가 여러 가지 장단점을 비교한 결과, R등급을 강제할당하는 게 단점보다 장점이 많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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