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잡지부수공사기구(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인정 기준이 '끼워팔기'를 조장한다며, 지역 언론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지역 언론들은 현 인정 기준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ABC협회 탈퇴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5일 <부산일보>는 사설에서 ABC협회의 유료부수 기준을 두고 "신문 끼워팔기를 인정하고 부추기며, 특히 부수 부풀리기를 허용하는 '독소 기준'"이라고 비판하고 "한국ABC협회의 유료부수 기준이 무슨 근거로 마련됐는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지역 언론 "한국ABC협회 유료부수 기준 근거 의문"
"구독료의 80%를 받는 신문"을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신문고시 기준과 달리, ABC협회의 유료부수 기준은 구독료의 50%에 불과하다.
<부산일보>는 "중앙 메이저 신문들이 부수 확장을 위해 신문 1부를 배달하면서 스포츠지, 경제지, 지방지 중 1부를 무료로 끼워주고 있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라며 "그런데 '구독료 50%'라는 유료부수 기준은 △중앙지의 끼워 팔기를 허용하면서 △무료로 끼워주는 신문까지 유료부수로 인정하는 어이없는 기준"이라고 비판했다.
대형 중앙일간지가 산하 경제지나 스포츠지 등을 끼워 팔 때, 끼워주는 신문까지 유료부수로 인정하게 되는 결과가 ABC협회 유료부수 기준이니, 이 기준을 따를 경우 신문시장이 더 혼탁해진다는 얘기다.
실제 과거 출혈경쟁 논란을 빚었던 대형 중앙언론사 대부분이 이와 같은 "XX신문도 같이 드립니다"는 광고로 정기구독자를 모집하고 있다.
유료부수 논란 왜 일어나나
지역언론들이 대형 중앙 일간지들의 이와 같은 판매행태에 강하게 반발하는 이유는, 끼워팔기 마케팅이 결과적으로 지역언론 시장마저 잠식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때문이다.
한 지역언론의 기자는 "사실상 끼워 팔기를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언론사가 조중동밖에 없지 않느냐"며 "조중동의 끼워팔기가 지역언론까지 장악할 경우, 안 그래도 힘든 경쟁을 하는 지역언론사는 생존의 위기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한국ABC협회에 등록하지 않으면 광고수주마저 힘든 게 현실"이라며 "공정한 경쟁의 룰이 제대로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출범을 앞둔 종편 경쟁에서 정부가 종편진출 언론사 지원사격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제기된다.
방송 진출을 준비하는 신문사들은 의무적으로 발행부수와 유가부수를 신고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달 7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는 ABC협회를 일간신문의 부수인증기관으로 재지정했다.
이에 따라 ABC협회는 지상파 방송 및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하고자 하는 일간신문사에 1년 간의 전체 발행부수와 유가 판매부수자료를 받아 방송사 진출 여부를 가리는 역할까지 이행하게 됐다.
종편진출 언론사로서는 판매부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자료가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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