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한 달이 지났으나 여전히 협상 당시 누락된 지리적 표시 품목 추가를 위한 양국간 회의가 열리지 않고 있다. 국내 산업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정부가 지나치게 안이한 태도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5일 박주선 민주당 의원이 외교통상부 FTA협상총괄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정부는 지난달 29일 현재까지도 지리적 표시 추가를 위한 작업반 구성을 하지 못한 상태다.
정부는 다만 답변자료에서 "한·EU 양측은 지리적 표시 작업반을 포함해 한·EU FTA상 설치토록 규정된 산하기구의 구성을 위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라며 "지리적 표시 추가를 위한 작업반의 회합 요청은 한, EU 양측 모두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리적 표시제(GIS)란, 말 그대로 지리적 특성이 교역대상 상품의 가치에 큰 영향을 미칠 경우, 이를 고유 브랜드처럼 표시하는 규정을 말한다. EU는 지리적 표시에 특히 민감한 태도를 보여, 양국 사이에 이를 미리 등록하지 않을 경우 교역 과정에서 가치를 보호받지 못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샹파뉴아르덴주에서 생산된 발포성 백포도주를 제외한 다른 제품에는 '샴페인'이라는 명칭을 붙일 수 없게 된다.
현재 한·EU FTA 부속서에 기재된 지리적 표시 대상은 EU의 경우 162개에 달하지만, 한국은 64개에 불과하다.
특히 한국이 FTA 협정문 서명일인 지난해 10월 6일 이전에 이미 등록해 놓았던 '영월 고추' '영천 포도' '영주 사과' '함평 한우' '김천 자두' '예산 사과' '영암 대봉감' '천안 호두' '문경 오미자' '정선 곤드레' 등 지리적 표시 농ㆍ임산ㆍ축산물이 최종 협정 발효 과정에서 모두 누락됐다.
한마디로, 양측간 추가 회의가 열리지 않으면 이들 상품명이 상표권으로 보호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박주선 의원은 "한시라도 빨리 작업반을 구성해야 국내 상품의 상표권을 보호받을 수 있는데, 정부는 아직 작업반조차도 구성하지 않았음이 드러났다"며 "이번 협상으로 예상 피해가 큰 농가의 부담에 정부가 눈을 감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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