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해킹 스캔들'이 루퍼트 머독의 언론 제국을 넘어 영국 언론 전반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머독이 다른 나라에서 소유한 신문들에게도 의혹이 쏠리는 건 마찬가지다.
21일 <AP>, <AFP> 등에 따르면 영국 경찰은 다른 영국 신문들이 <뉴스오브더월드>와 마찬가지로 사설탐정을 고용해 해킹과 도청을 저질렀다는 조사 정보를 확인하고 수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정부감독위원회(ICO) 대변인은 3개월 전에 이미 경찰 측으로부터 신문들의 사설탐정 이용과 관련한 자신들의 2006년 조사 자료 제출을 요청받아 건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자료에 따르면 <데일리 메일>은 사설탐정에게 조사를 의뢰한 건수가 952건에 달했고 트리니티 미디어그룹의 <선데이 피플>과 <데일리 미러>도 각각 802건과 681건을 의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신문은 사설탐정에 의해 수집된 정보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했고 있고 법을 벗어나지 않았다는 주장을 폈다고 통신은 덧붙였다.
20일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해킹 피해자 중 하나로 알려진 영화배우 휴 그랜트와 그의 전 연인 제니마 칸의 변호사는 <뉴스오브더월드>에 고용된 사설탐정 글렌 멀케어(Glenn Mulcaire)가 당시 취득한 정보를 <뉴스오브더월드>뿐 아니라 다른 신문사들에게도 팔아넘겼다고 주장했다.
"머독 자회사, 미국 의원들에게 수천달러 기부"
한편 미 정치전문지 <폴리티코>는 21일 해킹 파문이 본격화되기 직전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뉴스 코퍼레이션(뉴스 코프)의 미국내 자회사가 수십명의 정치인 및 정치위원회에 수만 달러의 기부금을 냈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뉴스코프의 자회사인 뉴스 아메리카 홀딩스/폭스(News America Holdings/FOX) 정치활동위원회가 민주당 선거운동위원회에 1만5000달러(약 1576만 원)를, 민주당 내 중도성향 의원 모임인 '블루독' 정치활동위원회에는 5000달러의 기부금을 냈다고 전했다.
상원의원 중에서는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탈 의원과 공화당의 로저 위커 의원 등 4명이 이 회사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고, 하원에서는 민주당 하비에르 베세라 의원과 공화당 브레트 거스리 의원 등 십수 명의 의원이 각각 수천달러의 기부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신문은 기부 행위가 해킹 스캔들이 막 불거지던 6월 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고 전하면서 머독 측이 미국 내로 스캔들이 번지지 않기 위해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머독은 미국에서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 등을 소유하고 있다. 머독의 측근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영을 맡아오던 레스 힌튼 다우 존스 최고경영자는 해킹 스캔들이 터진 이후 사임했다.
머독의 고향인 호주에서도 언론 시장의 70% 이상을 잠식하고 있는 머독 소유 미디어 기업 '뉴스'에 대한 검증 요구가 일고 있다. 머독이 영국 의회 청문회를 큰 타격없이 빠져나왔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에게 쏟아지는 의혹은 더 거세지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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