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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킹 스캔들', 갈수록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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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해킹 스캔들', 갈수록 점입가경

<WSJ> 머독 노골적 옹호…룰즈섹은 <더 선> 해킹해

이 정도면 블록버스터 영화급이다. 영국 '해킹 스캔들'의 여진이 그칠 기미가 없다.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미국 언론은 머독을 향해 쏟아지는 비난에 반격하고 나섰고, 해킹 사실을 폭로했던 신문사 기자는 시체로 발견됐다. 런던 경찰 고위 간부는 줄줄이 옷을 벗었고, '활동 종료'를 선언했던 해커집단 '룰즈섹(Lulzsec)'도 말을 바꿔 머독의 신문사를 해킹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8일자 사설을 통해 "정치가들과 경쟁지들이 해킹 사건을 이용해 우리를 맹공격하고 언론 자유를 손상시키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사설은 "영국의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수십 년 동안 특종을 돈으로 사고 유명인사의 치부를 캐왔는데 한 신문사를 상대로 그 많은 도덕적 분노를 쏟아내는 건 아이러니한 일"이라며 "정치에 대한 언론의 영향력에 유감을 표하는 정치인들은 동시에 오랫동안 언론의 지원을 갈망해 왔다"고 '물타기'를 시도했다.

사설은 또 머독의 오랜 측근으로 해킹 스캔들이 터진 후 사임한 레스 힌튼 다우존스 최고경영자 겸 <월스트리트저널> 발행인에 대해 "우리가 함께 일한 경험에 비추어봤을 때 그를 (해킹 사건에 관여했다고) 의심할 이유가 없다"며 힌튼이 들어온 후 <월스트리저널>이 크게 발전했다고 자찬했다.

사설은 해킹 사건을 적극적으로 보도하고 있는 영국 <가디언>과 <BBC>에 대해 "우리 독자들은 경쟁지들의 비판에서 상업적이고 이데올로기적인 동기를 읽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그들은 자신들의 독자들이 아무런 증거 없이 한 타블로이드지의 월권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수천 명의 (머독 소유 모회사) 뉴스 코퍼레이션 기자들의 평판을 떨어트린다고 믿길 원한다"라고 비난했다. 사설은 과거 위키리크스의 외교전문 공개 과정에서 <가디언> 등이 개입한 일을 이번 사건과 비교하기도 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전 소유주였던 밴크로포트 가문이 머독에게 매각한 것을 후회한다고 밝힌 것을 온라인 탐사보도매체 <프로퍼블리카>가 보도한 데 대해서도 사설은 "지당한, 때늦은 깨달음(righteous hindsight)"라고 노골적으로 비꼬았다.

사설은 이 밖에도 머독을 미국 해외부패방지법 위반 혐의로 조사하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사설은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전통적인 취재 행위의 일부를 범죄행위로 만드는 것"이라며 "우리는 그렇지 않지만 미국을 포함한 여러 언론들이 정보의 대가로 돈을 건내는 건 보편적"이라고 반박했다.

<가디언>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 사설의 내용을 전하면서 "이 사설을 설명하는 가장 좋은 형용사는 뭘까요. 기만하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에 빠진, 아첨하는, 비겁한?"이라고 비꼰 트위터 글을 기사 말미에 소개했다.

미국 연방수사국(FBI)가 뉴스 코퍼레이션의 9.11 테러 희생자 유가족 도청 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고, 영화배우 주드 로가 미국에서 <뉴스오브더월드>의 도청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등 이제 해킹 스캔들은 미국으로까지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영국 경찰 줄줄이 사임…도청 폭로했던 전직 기자는 시체로 발견

스캔들의 진원지인 영국에서는 폴 스티븐스 런던경찰청장에 이어 존 예이츠 치안감도 18일 옷을 벗었다. 예이츠는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닐 윌리스 <뉴스오브더월드> 전 부편집장을 경찰 홍보 자문으로 채용했고, 2009년 해킹 사건 재수사 요구를 묵살한 바 있다.

하지만 예이츠는 자신에게 쏠린 의혹을 부정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그는 "나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충분한, 때때로는 노골적으로 악의를 품은 가십들이 쏟아지고 있다"며 이러한 일들이 자신이 맡은 반테러 임무를 수행할 수 없게 했다고 밝혔다.

한편, 앤디 쿨슨 전 <뉴스오브더월드> 편집장의 해킹 독려 및 신문의 광범위한 도청 사실을 폭로했던 이 신문의 전직 기자 션 호어가 런던 북부 허트퍼드셔 왓퍼트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호어는 음주와 약물 문제로 해고당하기 전까지 쿨슨 전 편집장과 함께 신문사에서 일했으며 2006년 해킹 사건이 처음 불거졌을 때 <뉴욕타임스>에 해킹 행위가 신문사가 인정한 것보다 더 광범위하게 벌어졌다고 폭로했다.

<가디언>은 그가 숨지기 일주일 전 '해킹 스캔들'로 영국의 저널리즘이 정화되길 바란다고 말했으며, 또 돈을 바라고 해킹 사실을 폭로한 게 아니라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영국 경찰은 호어의 사인이 아직 불분명하지만 의심스러운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혀 자살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룰즈섹, 머독 해킹으로 활동 재개?

'해킹 스캔들'을 해킹으로 공격한 이들도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국 중앙정보국(CIA) 등 정부 기관 홈페이지를 잇달아 해킹해 유명세를 타다가 지난달 활동 종료를 선언했던 해커집단 '룰즈섹(Lulzsec)'은 현지시작 17일 밤 머독의 또다른 언론사 <더 선> 홈페이지를 해킹해 머독의 시신이 그의 정원에서 발견됐다는 가짜 기사가 실린 페이지로 자동 접속되도록 했다.

룰즈섹은 자신들의 트위터(@lulzsec)에 이번 공격이 '머독 멜트다운 먼데이'라는 해킹 작전의 첫 단계라고 밝혀 활동 재개와 함께 머독의 언론 제국에 대한 해킹 공격을 계속 감행할 뜻을 내비쳤다. 이들은 "이제 시작이다. 머독 엿 먹어라. 네가 다음이다"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룰즈섹의 <더 선> 해킹이 영국 주요 언론사 홈페이지에 대한 첫 해킹 공격이었다고 보도했다.

▲ 해커집단 룰즈섹이 17일 밤 해킹한 영국 매체 <더 선> 홈페이지. 머독의 부고기사가 실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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