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빚을 내 마련한 4대강 사업비 회수가 당분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수공은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재무상황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수공이 이명박 정부가 강조한 공기업 혁신 최악의 실패사례가 될 전망이다.
국회예산처가 지난 13일 발간한 '2010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를 보면, 이명박 정부 임기 말까지 완료 예정인 4대강 사업 친수구역 조성을 통한 자금회수 계획이 아직까지 마련되지 않았다. 문제는 친수구역 자금 회수를 위해서는 이곳을 개발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수조 원의 추가 자금투입이 불가피한데 그마저 어렵다는 것.
이와 관련, 국토해양부는 지난 1월 친수구역특별법 시행령을 통해 친수구역 개발을 사실상 수공이 독점하도록 했다. 정상적인 땅값 상승분을 초과해 발생하는 개발이익의 90%를 국가가 환수하는데, 수공은 유일하게 예외로 둔 게 법의 골자다.
결과적으로 수공 외에는 친수구역을 개발할 자가 없는 셈이다. 이 법은 애초에 정부 재정적자 악화를 막기 위한 성격이 짙었다.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 여론이 거세지자, 정부는 재정투입 대신 수공이 낸 빚으로 4대강 사업을 추진했다.
친수법은 이로 인한 수공의 재정악화를 만회하기 위한 후속 조치다. 수공이 독점적으로 친수구역을 개발해 발생하는 이익으로 빚을 회수하라는 얘기다.
문제는 예산처의 지적대로 수공이 친수구역을 개발할 여력이 없다는 것. 이명박 정부 들어 수공의 재무상황은 크게 악화됐다.
2007년만 해도 16.0%에 불과하던 수공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75.7%까지 급증했다. 공기업 중 가장 빠른 속도로 빚이 늘어났다. 2005년 2.0%이던 총자산순이익률(ROA, 순이익/자산)은 지난해 0.8%로 반토막났다.
그 이유는 수공이 4대강 사업비 8조 원을 전액 공사채 발행으로 조달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로 인한 이자비용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내년에 4대강 사업이 마무리되면, 이 비용만 매년 4000억 원을 넘는다.
더군다나 수공은 4대강 사업 외에도 수익사업인 분양단지 사업에도 대규모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수공은 당초 올해부터 2022년까지 분양단지사업에 14조1000억 원을 투자할 예정이었고, 작년 말 금융부채 기준으로 매년 평균 1조 원의 원리금 상황이 예정돼 있다.
또 경인 아라뱃길 사업에도 2조2000억 원을 투자해야 한다. 돈이 들어갈 곳은 많은데 수익을 낼 방도가 없는 셈이다. 결국 4대강 사업 투자비 회수가 어려워져, 수공의 재무상황은 차기 정부에서 크게 악화할 우려가 크다.
예산처는 "수공의 현 수준의 자금력으로는 분양단지사업과 친수구역 조성사업을 동시에 진행할 여력이 없다"며 "이로 인해 4대강 투자비 회수가 장기간 지연될 경우, 정부의 이자비용부담은 가중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예산처는 "분양단지사업의 우선순위를 조정해 4대강 사업 투자비를 우선적으로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며 "또 4대강 사업비 조달에 소요된 외부차입금의 상환을 무리 없이 진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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