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영도조선소의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용역들이 폭력을 앞세워 현장을 침탈했고 행정대집행을 빌미로 김진숙 지도위원이 사투를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까지 침탈을 노리고 있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목숨이 위태롭습니다. 50이 넘은 한 많은 여성노동자가 생사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2차 희망의 버스가 다시 출발합니다. 2차 희망의 버스는 더 큰 연대의 물결을 이루고 있습니다. 자발적 참여자가 무려 1만 명을 넘어 섰습니다. 서울에서만 56대의 버스가 85호 크레인을 향해서 출발합니다. 전국적으로는 46개 지역에서 희망의 버스가 출발합니다. 버스 대수만으로도 180여대를 넘습니다.
희망자전거와 희망비행기까지
버스만 출발하는 것이 아닙니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지난 번 '희망의 열차'에 이어서 이번 에는 7월 1일부터 걸어서 출발했습니다. 무려 천리 길입니다. '소금꽃 찾아 천리 길'이라 명명 된 '폭풍질주단'은 말 그대로 폭풍처럼 하루 40km를 소화해 내며 지금도 부산을 향해 걷고 있습니다.
울산에서는 작년 25일의 파업투쟁을 벌였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희망의 자전거'란 이름으로 자전거를 타고 부산으로 달려갑니다. 그 뿐이 아닙니다. 저 멀리 섬나라 제주에서는 '희망의 비행기'가 뜹니다. 각양각색으로 출발하는 연대의 행렬이 7월 9일 오후 6시에 부산역에서 만나 서로를 부둥켜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한진중공업의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곁으로, 85호 크레인에서 참으로 고귀한 투쟁을 벌이고 있는 김진숙 위원 곁으로 달려갑니다.
경찰, 집회 원천봉쇄ㆍ영도다리 통행금지
그러나 이 게 웬일입니까? 경찰이 이 아름다운 연대의 행렬을 원천봉쇄 한답니다. 아예 영도다리를 가로 막겠답니다. 경찰은 용감하게도 부산 시민들에게 이 희망의 버스를 막무가내로 가로막는 행위를 홍보하는 플래카드를 부산 전역에 게시했다고 합니다.
부산역 광장의 문화제로 원천봉쇄를 하겠다고 합니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입니다. 도대체 경찰이 무슨 근거로 국민들의 '사람을 살리자'는 이 숭고한 자발적 행위를 막는단 말입니까?
이번 희망의 버스는 지난 번 1차 희망의 버스의 10배가 넘습니다. 연대의 마음도 10배가 넘을 것입니다. 때문에 어떠한 경찰의 방해 행위도 이 행렬을 막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반드시 김진숙 지도위원과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들을 만날 것입니다. 어떠한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어떠한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기어이 85호 크레인으로 갈 것입니다. 이러한 마음은 희망의 버스에 동참하는 1만여 모두의 마음입니다.
어떤 희생을 감수해도 85호 크레인으로 간다
우리는 1차 희망의 버스의 감동을 10배로 끌어 올릴 것입니다. 순식간에 한 몸처럼 움직였던 대중의 역동성도 10배로 커질 것입니다. 김진숙을 살리고 정리해고를 철회시키자는 간절한 염원을 담은 희망의 버스는 저항의 버스이며, 연대의 버스이며, 승리의 버스이기 때문입니다.
쌍용차 해고자들과 지난 7월 1일 도보행진 출발을 같이 했었습니다. 어찌 보면 고난의 행군입니다만 참여자 모두가 즐거운 표정들이었습니다. 동지를 만난다는 것, 참으로 설레는 길입니다. 그 길이 백리가 되든, 천리가 되든 그것은 상관이 없었습니다. 오로지 동지를 만나야겠다는 마음뿐이었습니다.
출발을 그렇게 했으니 도착은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자전거로 도착할 것입니다. 조직된 노동자 집단에 속해있는 저로서는 사실 조금 부끄럽습니다. 사회단체와 국민들이 이렇게 뜨거운 연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금속노조에서는 15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들 중 겨우 버스 20대 정도만이 이 행렬에 하는 걸로 그쳤기 때문입니다.
부끄러운 금속노조를 반성하며
어쩌면 희망의 버스는 당사자인 우리 노조가 먼저 기획했어야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그 동안 자본에게 수세적으로 대응해 오면서 거의 무방비로 당해 왔다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자본에 의해서 정리해고가 선포되면 그 즉시 투쟁이 조직되고 조직이 일치 단결해서 투쟁에 나섰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기도 하합니다. 아니, 조금 늦었더라도 정리해고 투쟁 과정에서 희망의 버스처럼 실천적인 투쟁들이 기획되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말입니다.
아무튼 미안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이 뒤섞이면서 새로운 각오와 결의가 생겨납니다.
노동자들을 하루아침에 죽음의 고통으로 몰아넣는 정리해고를 끝장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정리해고가 철회되지 않는다면 희망의 버스는 다시 움직일 것이며 자발적인 승객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연대의 행렬에 저는 기쁜 마음으로 함께할 것이며 승객을 넘어 운전자의 역할이 주어지더라도 기꺼이 수행할 것입니다.
따뜻한 영혼을 가진 아름다운 당신들을 만나러 지금 달려갑니다.
<프레시안>은 한진중공업 사태에 관한 독자 기고를 받습니다. 김진숙 지도위원의 삶과 투쟁, 한진중공업 정리해고에 대한 생각 등을 다룬 내용이면, 누구나 글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 mendrami@pressian.com 또는 kakiru@pressian.com로 보내면 됩니다. 기고가 채택된 분에게는 김진숙 지도위원의 책 <소금꽃나무>(후마니타스 펴냄)를 드립니다. ☞ <소금꽃나무> 프레시안 서평 ① "민들레가 죽어가는 땅에선 어떤 나무도 못 살아" ② 그날 부산 영도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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