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규제완화정책에 따라 재벌이 고부가가치 산업에 투자하기보다 부동산 관련업종 진출에 집중했음을 입증한다는 지적이다.
5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지난 4년간 15대 재벌의 계열사를 조사한 결과, 2007년 4월 472개이던 15대 재벌의 계열사 수는 4년간 306개(64.8%) 늘어나, 올해 4월 현재 778개에 달했다.
그룹별로 보면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 수가 7개에서 21개로 200% 급증했고, 포스코(23개→61개, 165.2%), LS(20개→47개, 135%), STX(11개→21개, 90.0%), LG(31개→59개, 90.3%) 역시 계열사 수를 크게 늘렸다.
단순증가수로만 보면, 포스코가 4년 사이 계열사 38개를 늘려 가장 많았다. 롯데(34개), SK(29개), LG·GS(28개)가 뒤를 이었다.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15대 재벌 중 유일하게 계열사 수가 종전보다 줄어들었다.
ⓒ경실련 자료 인용 |
지난 4년간 15대 재벌의 신규편입 계열사 수는 488개사로 조사됐다. 신규편입 계열사란, 인수 후 합병, 재매각 등을 감산하지 않고 순수하게 재벌이 새로 편입한 모든 계열사를 집계한 것이다. 재벌의 진출업종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경실련은 신규편입 계열사를 따로 조사했다.
그 결과, 재벌은 제조업(126개사)보다 비제조·서비스업(362개사) 진출에 집중했다. 특히 이 중에서도 건설·부동산·임대업 관련사가 86개사(17.6%)로 가장 많이 편입됐다.
제조업 분야에서는 기계장비, 의료·정밀기기, 기타업종에서 25개사, 전기·전자·통신기기 제조업에서 23개사, 금속·비금속 제조업에서 23개사가 새로 재벌 계열사로 편입됐다. 그러나 이들 업종은 대중소기업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 선정을 위해 중소기업들로부터 품목 신청을 가장 많이 받은 업종"이라고 밝힌 분야다.
결국 재벌이 이명박 정부 동안 부동산과 중소기업 업종분야에 집중 진출해 덩치를 키워왔음을 뜻한다.
경실련은 "재벌들이 신규로 많이 진출한 업종에 포진한 중소기업과 서민상권은 생존이 위태로울 정도로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재벌의 무분별한 계열사 확장에 대한 대책으로 △출자총액제한제도 재도입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중지 △불공정거래행위 처벌 수위 강화 △금산분리 강화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 도입 등의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재벌이 이처럼 덩치를 키운 근본원인은 이명박 정부의 친재벌 정책이라고 경실련은 꼬집었다. 정부가 지금 와서 중소기업과 재벌의 상생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재벌의 빠른 확장세를 막기 힘들다는 의미다. 실제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지주회사 규제완화,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금산분리 완화 등 강력한 규제완화 정책을 펼쳤고,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노무현 정부 말기 조여놓은 부동산 관련 규제들을 사실상 완전히 해제했다.
경실련은 "이명박 정부 출범 후 투자를 촉진시킨다는 명분하에 각종 재벌의 경제력집중 규제가 폐지됐음에도, 재벌들은 투자보다 계열사 확장을 통한 몸집불리기와 토지자산 매입, 사내유보금 증가, 진출업종 확대를 통한 중소상권 위협에 주력했다"며 "최근 논의되고 있는 중소기업적합업종·품목 선정에 제조업뿐 아니라 비제조·서비스업종 선정도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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