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는 UBS은행이 지난 주 연례 채권 세미나에서 약 8조 달러의 자산을 주무르는 각국 중앙은행 외환 관리자와 국부펀드, 기관투자자 8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이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 상실에 손을 들었다고 27일 보도했다.
지난 몇 년간 같은 행사에서 이뤄진 조사에서는 달러가 지위를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던 것과 다른 결과다.
신문은 최근 미 정부가 지출 억제에 무능함을 보이고 있고 연방준비제도의 대차대조표가 악화되는 등의 상황에 우려가 제기되면서 달러에 대한 불만이 늘어난 게 이번 조사 결과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UBS은행의 래리 해서웨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바로 지금 미국의 재정 궤도에 대한 심각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5% 가량 하락했으며 세계 주요 통화 바스켓에 대한 교환 가치도 최저 수준에 근접해가고 있다. 스탠다드 차터드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외환보유국인 중국도 지난 1분기 외환보유고를 2000억 달러가량 늘리면서 4분의 3을 비(非)달러 자산에 투자했다.
▲ 달러가 정상에서 내려오는 시대가 정말 도래할까? ⓒ로이터=뉴시스 |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 다극체제'가 도래할 것이란 예상도 몇몇 주요 정책입안자들에 의해 제기되고 있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는 지난해 달러, 유로, 엔, 파운드, 위안화가 포함된 주요 통화로 이뤄진 새로운 화폐 시스템을 제안한 바 있다.
달러화의 위상이 흔들리면서 금에 대한 관심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번 조사에서 외환 관리자 6%가 향후 10년간 금을 늘리는 것이 가장 큰 자산 변화가 될 것이라고 답했다. 지난 조사에서는 이같은 대답을 한 외환 관리자는 한 명도 없었다.
세계 금 위원회에 따르면 러시아와 멕시코를 필두로 중앙은행들이 올해 151톤의 금을 사들였다. 1971년 달러 가치를 금에 고정시켰던 브레튼우드 체제가 붕괴한 이후 연간 금 구매량으로 가장 큰 규모다.
지난 2009년 <인디펜던트>가 아랍 국가들이 중국, 러시아, 프랑스와 함께 원유 거래 결제에 달러 사용을 중단하고 새로운 통화체계를 도입하려 한다고 특종 보도했을 때도 달러에 대한 우려로 금값이 폭등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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