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서부 지역의 권위지 <LA타임스>는 26일 "한국에서는 '용역(errand men)'이라 불리는 이들이 있다"며 "경찰 등이 처리하길 거부하는 재산권 분쟁에 길거리 '덩치'들이 고용돼 종종 폭력을 동반한 용병 역할을 수행한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건장한 젊은 남성들로 이뤄진 용역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머물면서 임대인이나 기업인, 심지어 정부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협박이나 폭력을 동원한다고 전했다. 또 서울시가 최근 번화가의 불법 노점상을 내쫓는 일을 용역업체에 의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문은 이어 서울 인사동 자갈길에서 경찰이 지켜보고 방송 카메라가 돌아가는 가운데 250여 명의 건장한 용역 직원들이 노점 카트를 부수고 한과와 수제 기념품 등을 길바닥에 쏟아 부었다고 전했다. 또 용역들이 일으킨 아수라장이 길거리 패싸움으로 변하면서 길거리에 내동댕이쳐진 노점상 일부는 들것에 실려 나가기도 했다고 묘사했다.
▲ 최근 서울 명동에서 진행되는 재개발 사업에 저항하고 있는 한 커피숍. ⓒ프레시안(허환주) |
<LA타임스>는 경찰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개입하지 않는 재산권 분쟁과 철거민 문제를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용역업체의 숫자가 한국 전역에 걸쳐 3000여 곳에 달한다고 전했다. 또 많은 용역업체가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상당수가 조직 범죄에 연루되어 있고, 입주자를 쫓아내거나 노점상 및 불법 거주자를 겁주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고 설명했다.
노기덕 주거권 실현을 위한 국민연합 사무총장은 <LA타임스>에 "정부는 재개발 사업으로 매일 시민들과 충돌을 빚는 일이 좋은 게 아니라는 걸 알고 이 일을 대신할 다른 이들을 고용한다"며 "한국은 강제 퇴거로 악명이 높지만 정부는 외면하고 있다. 매우 부끄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몇 달 동안 76명의 노점상과 협상했던 구청직원 김오현 씨는 경찰이 노점상들의 재배치를 돕는 것을 거절하자 용역업체에 2만 달러(약 2160만 원)를 주거나 용역 직원당 하루에 80달러(약 8만6000원)을 지불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LA타임스>에 밝혔다.
김 씨는 "노점상들은 (재배치가 필요한) 이유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그들에게 이 일을 추진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성현 경찰청 대변인은 "경찰의 업무는 시민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일이지 불법 노점을 들어내는 게 아니다"라며 "불법 행위나 폭력이 벌어질 때만 개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사동에서 벌어진 용역의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피해자가 고소하면 철저한 수사를 하겠다고만 답했다.
인사동 노점 철거 계약을 맡은 용역업체의 박승민 대표는 법을 어긴 일이 없다면서 노점상들이 다친 것은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50명의 용역 직원이 일하면 우연히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며 "용역 직원들도 인간이기 때문에 사람들이 그들에게 욕설을 퍼부으면 감정이 격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신문은 지난달 대학생이 등록금 마련을 위해 용역 직원으로 일하는 내용을 담은 만화가 출간될 정도로 용역의 폭력이 주목받고 있다고 전하면서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만나 격려했던 인사동 풀빵장수 손병철 씨가 용역 직원들에게 풀빵 기계를 빼앗긴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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