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 <AFP>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국제 인터넷 도메인 관리 및 정책을 관장하는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는 20일 싱가포르에서 회의를 열고 웹 주소의 최상위 도메인에 다양한 단어를 허용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지금까지 인터넷 주소의 끝자리에는 '.com'이나 '.org', '.net' 등 22개의 소수 단어나 '.kr', '.uk' 같은 255개 국가별 도메인만이 허용돼 왔다. 하지만 이번 결정으로 '.apple'과 같이 기업 브랜드를 내세운 주소나 '.seoul' 같은 지명으로 주소의 끝을 만들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어뿐 아니라 중국어와 아랍어로 된 주소도 가능하다
ICANN은 내년 1월 12일부터 3달 간 새로운 인터넷 주소 이름을 신청 받을 예정이다. 이러한 결정은 1984년 인터넷 주소 시스템이 처음 등장한 이후 가장 큰 변화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의 최상위 도메인 다양화 결정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로이터=뉴시스 |
문제는 '돈'
ICANN의 이번 조치는 개별 기업이나 국가, 도시 차원에서 개성 있는 도메인을 만들어 브랜드 가치를 올릴 수 있는 계기가 됐지만 반론도 만만치 않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날 새로운 최상위 도메인이 허용됨에 따라 기업들이 그들의 상표를 보호해야 하는 새로운 딜레마에 봉착했다며 벌써부터 이번 조치에 항의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뉴욕생명보험 인터넷 부서의 켄 히텔 부사장은 이번 조치를 "문제가 없는데 답을 내놓은 전형적인 예"라고 비판하면서 가장 이득을 본 건 ICANN 자체라고 주장했다.
ICANN은 새로운 도메인을 신청하는데 드는 비용을 18만5000달러(약 2억 원)로 설정했다. 도메인 소유주들은 유지비용으로 1년에 2만5000달러를 추가로 내야한다. 또한 새로운 도메인을 신청하는 기업들은 300페이지에 달하는 복잡한 신청 양식을 작성하는데 전문가들을 고용해야 하며 새로운 도메인 시스템을 구동하는데 2만5000~7만5000달러의 비용이 추가로 들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용 문제는 특정 주소를 원하는 기업이나 단체가 많아지면 더 오를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예를 들어 독일‧프랑스 통신사가 공동 소유한 영국 이동통신사 '오렌지UK'와 미 캘리포니아주 오렌지 카운티가 '.orange'라는 도메인을 놓고 경쟁할 경우 경매에서 더 높은 금액을 써 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새로운 도메인을 외면할 수 있는 처지도 아니다. 이른바 '사이버 스퀘터(cyber squatter)'라 불리는 도메인 투기꾼들 때문이다. 이들은 기업들이 신청할 것 같은 도메인을 미리 사두고 협상 과정에서 비싸게 부풀려 되파는 방식으로 막대한 이득을 취한다. 기업이 주소를 되살 의지가 없어도 새 주소로 가짜 주인 행세를 하는 것 자체가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 한다.
ICANN의 새로운 조치가 투기꾼을 피해 새로운 '.com' 주소를 고민해야했던 기업들에게는 희소식이지만 또 다른 투기 가능성을 안고 있고, 이들 대부분이 적어도 50만 달러 이상의 비용을 투입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재정‧경영상의 두통거리가 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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