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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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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기자의 눈] 대학 등록금 논쟁이 간과한 현실은…

한 대학생을 만났다. 그의 친구들은 서울 소재 유명 전문대학에 입학했고, 졸업 후 용인, 평택 등지로 흩어졌다고 했다. 공장에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이 채 일주일을 버티지 못하고 나왔다. 도저히 사람이 일할 환경이 아니라고 했다. 유명 대기업 산하 공장이었는데도 말이다. 이들은 이제 4년제 대학 편입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에 안 가면 안 되는 나라, 한국

반값 등록금 논쟁이 뜨겁다. 해법으로 대학 구조조정이 거론된다. 대학 입학률을 서구 사회 수준으로 낮춰야 '반값 등록금'을 시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2007년 독일의 대학진학률은 34%다. 구조조정을 통해 정예화된 대학에 정부 지원이 집중되면 등록금 의존도가 줄어들고, 대학의 교육 질도 높아질 것이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그러나 문제는, 한국에선 대학에 안 가면 '안 된다'는 데 있다. 한국 고교생의 80%가 대학에 진학한다. 굳이 명문대 졸업장에 욕심을 내지 않는, 학벌 경쟁을 포기한 고교생도 어쨌든 상당수는 대학에 간다. 대학 교육은 사실상 의무화됐다. 한국 젊은이들이 유독 학문을 좋아해서가 아니다. 사회가 그들에게 대학 교육을 강제했다.

사정이 이런데 무턱대고 대학을 줄이면 어떻게 될까. 대입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이다. 이제 대학에 가지 못한 대다수의 수험생들은 채 스물이 되기도 전에 확실히 '낙오자'가 될 것이다. 재수생이 종전보다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이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대학진학률이 늘어나도, 어차피 대학에서 배운 지식과 기술을 써먹을 만한 일자리는 한정돼 있다. 더 이상 과거와 같은 고도성장기는 기대할 수 없다.

그 결과, 취업경쟁이 강화된다. 고졸자가 하던 일을 대졸자가 한다. 대학 졸업자가 공장에 들어간다. 고도의 경영이론을 배운 학생이 프리터로 살아가고, 정치학 고전을 공부한 자가 중소기업의 생산공장에 취업한다. 여기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생긴다. 고졸자가 하던 일은, 이제 자랑스러운 '가정의 파수꾼'으로서의 일이 아니라 '남들에게 말하기 부끄러운' 고되고 비인간적인 일이 된다.

▲길거리로 나온 대학생들. 이들은 현재 한국 사회에서 대학의 의미를 묻고 있다. 자신들에게 '강제된 권리'를 이행하는 것조차 힘겨워하는 자들이 오늘날 대학생이다. ⓒ프레시안(최형락)

오로지 '졸업장'을 위해 칸트를 읽는 철학도, 이게 정상인가?

중소기업 생산직이 정치학 고전에 해박하면, 좋은 일이다. 칸트나 헤겔의 저서를 깊이 공부한 이들이 생산 현장에서 땀 흘리면, 역시 훌륭한 일이다. 다만, 이런 모습은 자발적으로 이뤄졌을 때만 위대하다.

철학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데, 오로지 '졸업장'을 따기 위해 칸트의 저서를 읽었다면 사정이 달라진다. 그는 비싼 돈과 시간을 들여 얻은 대학 졸업장에 어울리는 일자리를 원한다. 요컨대 그는 칸트를 원한 게 아니라 일자리를 원했을 따름이다. 하지만 대학에서 억지로 한 공부는 그가 실제로 하는 일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노동 현장에서 그가 느낄 낙담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대학을 나오지 않은 이도 먹고 살만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스스로도 의미를 찾지 못하는 억지 공부를 하느라 돈과 시간을 낭비하는 이들이 줄어든다. 그렇게 생긴 빈 자리는 진심으로 학문을 원하는 이들이 메우게 될 것이다.

'억지 공부' 떠넘기는 사회, 물건 강매하는 악덕 상인과 뭐가 다른가

누군가는 "대학진학률이 높아지고, 등록금마저 무상으로 되면 좋은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런 주장엔 맹점이 있다. 아무리 정보화 시대라고 해도, 누군가는 몸으로 일해야 한다. 몇 차례의 클릭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택배원은 필요하다. 누군가는 빗자루를 들고 거리를 쓸어야 하고, 누군가는 사무실 바닥을 기면서 전선을 깔아야 한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들의 정당한 권리를 찾고 보호받기 위한 지식이다. 또 민주사회의 시민으로 갖춰야 할 교양이다. 생산직 노동자 역시 철학과 정치학, 문학과 예술, 법과 경제를 알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나 이런 지식을 꼭 대학의 전공 과정을 통해 얻어야 할 이유는 없다. 생산직 노동자와 택배원이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와 환경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여기에 더해, 시민에게 다양한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언론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그러나 '반값 등록금' 논쟁에서 이런 목소리는 듣기 힘들다.

우리 사회는 그들에게 '억지 공부'를 떠넘길 뿐이다. 그리고 비싼 값을 치르게끔 한다. 필요도 없는 물건을 강매하는 '악덕 상인'과 다를 게 없다. 손 쉽게 돈을 버는 '악덕 상인'이 스스로 장사를 접을 리는 없다.

- '대학 안 가도 당당한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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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월급이 청소부보다 많아야 할 이유, 과연 있나?"
"최저임금 인상이 산업경쟁력 높인다"
"'사람값'이 비싼 사회를 찾아서"
"'좌파'보다 국익에 무관심한 그들, '진짜 우파' 맞나?"

"명문대? 우리 애가 대학에 갈까봐 걱정"
의사와 벽돌공이 비슷한 대접을 받는 사회
"덴마크도 40년 전에는 '서열 의식'이 견고했다"
"우리가 낸 세금으로 당신들을 공부시켰다"
비정규직 임금이 정규직 임금보다 더 많은 나라

이건희 회장 손자에게도 '무상복지'가 필요한 이유

- 경쟁보다 효율적인 것? 바로 협동!

"평등 교육이 더 '실용'적이다"
"'혼자 똑똑한 사람'을 키우지 않는다"
"'로마'만 배우는 역사 수업"

- '반값 등록금' 바라보는 여러 시각

"대학 졸업장 '강매'하는 나라, 행복하십니까?"
"대학 진학률이 높아서 문제?…'최저임금'부터 올리자"
"너, 대학 안 나와서 뭐 먹고 살래?"
"서울대가 등록금 2000만 원 받는다고 정원 못 채울까"

- '대학주식회사'의 그늘

"'시장의 포로' 대학 캠퍼스…술집 빼고 다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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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대학, 이제 시장의 포로가 됐다"
"비참해진 대학, 뭘 가르칠지 목표도 방향도 잃었다"
자살 또 자살, '공짜' 없는 카이스트는 지금…

- '대학의 교육 불가능'

☞ ①
"학부생 인질 잡힌 대학원생 등록금,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 ②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 가난할수록 공부할 수 없는
☞ ③ '스펙 괴물'이 된 대학생의 시한부 인생
☞ ④ "접대 자리엔 인문학 전공자 노래 한 곡이 효과적?"

☞ ⑤ 누가 대학생과 대학을 욕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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