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보건의료인 500여 명이 정부에 인도적 대북지원 정상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14일 오후 서울 중구 성공회 주교좌성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적 대북지원은 정치와 체제의 조건 없이 정상화 되어야 한다"며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식량과 건강 개선을 위한 대북 보건의료 지원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라고 요구했다.
보건의료인들은 "1990년대 중반 동구 사회주의권 해체와 자연 재해, 김일성 주석 사망 등으로 북녘 어린이들이 굶어 죽고 영양실조로 고통 받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남쪽의 보건의료인들은 동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하고자 인도적 대북지원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00년 김대중 정부의 6·15 남북 공동선언을 시작으로 인도적 대북지원이 활기를 띄었고 노무현 정부에서는 긴급 구호지원에서 개발 지원으로 전환됐다"면서 "하지만 2008년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면서 정부 차원의 인도적 대북지원을 대폭 줄이기 시작했고 민간단체에 의해 추진되던 지원도 불허했다"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최근 북녘은 2010년 여름 큰 곡물 피해와 겨울의 냉해 피해로 식량사정이 악화돼 국제 사회에 식량 지원을 요청하는 상황"이라며 "어려운 동포가 힘들고 어려울 때 서로 돕는 것은 인도적 지원의 기본이며 보건의료인으로서의 당연한 의무"라고 주장했다.
민간 단체의 인도적 대북 지원은 이명박 정부 2년차인 2009년 4월 북핵 문제가 재점화되면서 의약품 등으로 제한됐고 이듬해 천안함 사태가 터지자 물자 반출이 전면 불허됐다. 이후 북한이 수해를 입으면서 식량·의약품 지원이 부분적으로 이뤄졌지만 곧이어 연평도 사태가 발생하면서 이마저도 중단됐다.
지난 3월 연평도 사태 이후 처음으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결핵약 지원이 승인됐지만 통일부는 민간 차원의 식량 지원을 여전히 불허하겠다는 입장이다. 국정원도 지난 4월 국회에 북한의 식량 사정이 심각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혀 미국 등 서방과는 다른 시각을 드러냈다.
한편, 대북 지원단체들은 지난 8일 '인도적 대북지원 정상화를 위한 대화와 소통' 모임을 발족하고 인도적 대북지원을 위한 시민 캠페인을 15일까지 진행하고 있다. 보건의료인들의 기자회견이 열린 14일은 지난 2월 방북한 미 5개 비정부기구가 보고서에서 식량 고갈로 인해 평안북도의 배급이 끊어질 것으로 명시한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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