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홈페이지에 가장 많은 광고를 제공하는 집단은 병원이었지만, 누리꾼들은 이들 광고에서 '야동사이트'를 가장 많이 떠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인터넷 광고가 지나치게 선정적이다보니, 누리꾼들이 사실과 다른 생각을 가지게 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언론사와 광고주, 대행사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는 한국여성단체연합이 두 차례에 걸쳐 인터넷신문에 실린 혐오스러운 광고들을 캡처해 실시한 길거리 설문조사에서 나왔다.
인터넷 병원 광고 본 누리꾼들 '야동광고네'
여성연합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3일까지 네이버 뉴스캐스트에 기사를 노출하는 종합지 11곳(경향신문, 국민일보, 내일신문, 동아일보, 문화일보, 서울신문, 세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겨레, 한국일보)의 인터넷판과 인터넷신문사 6곳(노컷뉴스, 뉴데일리, 데일리안, 미디어오늘, 오마이뉴스, 프레시안)의 기사화면에 노출되는 광고를 조사한 후, 인터넷광고에 대한 시민들의 입장을 길거리에서 확인했다.
14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토론회 '인터넷 광고가 가야할 길'에서 여성단체연합이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이런 광고를 클릭하면 어디로 연결(링크)될까요?'라는 질문에 가장 많은 시민(76명)들은 '야동(야한 동영상)사이트로 연결된다'는데 스티커를 붙였다. 그 뒤는 큰 차이(37명)로 병원이 이었다.
그러나 실제로 인터넷신문사 광고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병원으로 나타났다. 여성연합 조사 결과, 이 기간 뉴스에 게재된 광고 중 병원광고가 253개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성인용품(57개), 다이어트(22개), 성인만남(6개)이 뒤를 이었다.
단순하게 보면, 누리꾼들이 인터넷신문사에 실린 병원 광고를 보고 야동사이트를 떠올린 셈이다. 당장 본지만 하더라도, 광고없는 페이지 서비스를 제공받는 프레시앙 회원이 아닌 누리꾼들은 이날(14일)자 톱기사 측면에서 "효과좋은 정력제 주문폭주 중" "여성이 흥분하는 남성크기?" 등 민망한 제목의 광고들을 보게 된다. 프레시안은 유료 독자 '프레시앙'에 한해 광고가 없는 뉴스페이지를 서비스한다.
'뉴스 옆에 이런 광고(자극적 광고)가 있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설문조사에 응한 시민들의 89.71%가 "뉴스를 보기 짜증난다" "신뢰도가 떨어진다" "아이들이 볼 경우 문제가 있다"는 등 부정적 의견을 냈다.
'이러한 자극적 광고가 누구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길거리 설문 응답자 중 56명이 언론사, 51명은 광고주의 책임이라고 응답했다.
"나쁜 광고, 청소년에게 악영향"
인터넷광고의 이런 선정성은 여성을 성적 대상화할뿐 아니라, 어린 청소년들에게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수연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들어 외모지상주의가 만연하고 성적 매력을 강조하는 추세가 강화되면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광고 사례도 동반성장하는 것"이라며 "성적 자유와 성적 대상화는 구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환웅 참교육을 위한 전국학부모회 부회장은 "청소년은 물론 초등학생, 유치원생까지도 이 민망한 광고와 저질 보도 기사를 보며 자란다"며 "인터넷 저질 광고를 청소년 유해매체물로 지정하는 내용의 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단순 규제만으로 해결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한국 언론 대부분이 광고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게 현실인데, 일부 대형 언론을 제외하면 대기업 광고를 싣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대다수 언론사가 선정적인 광고에 의존하게 된다는 얘기다.
토론회에 참석한 김하영 프레시안 전략기획팀장은 "일부 언론을 제외하면, 대형 광고주가 떨어져 나갈 경우 자극적 광고를 내는 소규모 사업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며 "광고 문제는 전 언론사 차원에서 함께 풀어가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유료 독자에게 '광고 없는 페이지'를 제공하는 '프레시앙' 모델 역시 이런 숙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왔다는 설명이다.
송경재 경희대학교 연구교수는 대안으로 "사업자단체와 정부, 시민단체, 학계, 전문가 등이 원칙을 제시하고 실질 운영은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네이버(Naver) 모델'이나 미디어 관련 전문가가 주도하고 시민단체, 누리꾼이 참여하며 정부는 테이블 세터(table setter) 역할만 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며 "당장은 언론사와 광고주, 대행사의 자기성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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