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10일 최근 최대 이슈로 부상한 대학 등록금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나섰다.
정창영 사무총장은 이날 오후 예고없이 기자실을 방문해 '교육재정 배분ㆍ집행실태' 감사 계획을 전격 발표했다.
최근 반값 등록금이 논란이 되며 국민적 관심이 고조되고 여야 정치권과 정부가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해법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다.
당초 올해 12월 실시할 계획이었고 현재도 논란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조기에 감사에 착수하기로 한 것이다.
정 총장은 "정부, 국회가 등록금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중립적인 실태분석이 필수"라며 "이를 위해 감사원은 당초 계획됐던 교육재정 감사를 앞당겨 7월에 예비조사를 거쳐 8월에 본감사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각 대학이 정확한 재정상황을 공개하지 않는 만큼 적정 등록금 산정을 위한 기초 자료조차 제대로 파악돼 있지 않아 대안 도출이 늦어지면서 이를 둘러싼 갈등이 지속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감사원은 ▲등록금 산정 내역 적정성 ▲자금 운용, 구매ㆍ공사를 포함한 회계간 전출입 등 회계관리의 투명성 ▲국고보조금 등 정부 지원 규모, 용처 ▲연구개발(R & D) 지원ㆍ관리의 적정성 등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특히 등록금 항목의 경우 지출 부분을 중점적으로 파헤칠 것으로 알려졌다. 지출 부분에서 낭비나 누수가 발생했다면 이는 등록금 인하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등록금과 관련해 국공립 및 사립대학들을 상대로 대대적으로 감사에 착수하는 것이 이례적인 만큼 감사원은 교과부와 공동 감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는 사립대학의 지도감독기관이 교과부에 있기 때문이다.
감사원은 또 사안의 중요성을 고려, 본감사에 전체 감사인력의 3분의 1 수준인 200여명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실상 감사원 출범 이래 최대 규모 수준이다.
이처럼 감사원이 대학 등록금 문제라는 현재 진행 중인 이슈에 대해 전면 감사에 착수하는 것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은진수 전 감사위원의 연루 사실이 적발돼 구속되면서 감사원에 대한 비판론이 제기돼온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 감사로 인해 저축은행 사태의 파장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았고, 감사 결과 보고서가 외압에 의해 왜곡되는 등의 사태는 없었다고 하지만 은 전 위원의 구속 등에 따라 감사원에 대한 외부 시선이 따가워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감사는 정치권 및 사회의 핵심 이슈인 반값 등록금 문제를 정면으로 겨냥, 해법 마련을 위한 노력에 나섬으로써 저축은행 사태로 인한 이미지 훼손을 만회하기 위한 포석도 있다는 것이 감사원 안팎의 분석이다.
다만 감사원이 의욕적으로 착수하기로 한 이번 감사에 대해 사립대학을 중심으로 반발이 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 추이가 주목된다.
이미 대학총장들은 "정부가 지원해야 등록금을 낮추겠다"(10일 민주당 주최 대학 총장 간담회)며 등록금 인하에 난색을 표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원이 교과부와 함께 등록금 산정 기준의 적절성에 대한 전면 감사에 착수하는 만큼 사립대를 중심으로 경영권 간섭이라는 반발이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사립대학에도 정부의 보조금이 지급되는 만큼 투명하게 밝히자는 것"이라며 "전 국민과 전 학생들이 관심을 갖는 사안인 만큼 사학들도 자발적으로 협력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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