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10명 중 9명은 올해 4320원인 법정 최저임금이 5000원 이상으로 올라야 한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3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4차 회의에선 최저임금위원장 내정을 둘러싸고 노사간 갈등이 빚어져 민주노총 측 위원 4명이 퇴장하는 등 순탄치 않은 앞날을 예고했다.
민주노총은 3일 산하 전국 16개 지역본부가 지난 4월부터 2달간 실시한 최저임금 실태조사 결과에서 응답자 3813명 중 29.5%가 최저임금 수준이 5000원이 넘어야 한다고 했고, 58.3%는 5500원 이상이라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주로 공단 지역에서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3분의 1이 20대(33.7%)였지만 최저임금 수준에 기대는 50·60대(12.7%)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0대와 60대의 각각 70.3%, 61.5%가 시급 5500원 이상을 지지한 반면 20대는 53.1%로 다소 낮았다.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높아 최저임금이 자신의 소득에 직접적으로 연관될 가능성이 많은 청년층과 고령층의 기대수준이 차이가 나는 건 최근 청소 노동자 파업 등으로 고령층 노동자들의 요구가 거세지는 반면 조직화되지 못한 청년층들이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묻혀진 영향으로 분석된다고 민주노총은 밝혔다.
임금수준별로는 소득이 높을 수록 최저임금 수준이 올라야 한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근로자 평균 임금인 225만 원 이상을 받는 응답자의 65%가 시급 5500원을 꼽은 반면, 150~225만 원 사이를 받는다는 응답자는 61%, 60만원 이하를 받는다고 응답한 이들은 41%만이 지지했다. 민주노총은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저임금 노동자의 응답률은 제도 밖 노동자의 박탈 심리를 반영하는 것"이라며 최대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최저임금 미달 노동자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민주노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으로 구분해 봐도 시급 5500원을 지지하는 의견에는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각각 59.9%, 57.9%) 최저임금 인상 요구가 단순히 고용형태의 문제가 아닌 보편적 요구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후 열린 4차 최저임금위원회는 최임위원장에 공익위원인 박준성 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를 선출했다. 민주노총은 최임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준성 공익위원(성신여대 경영학과 교수)가 노동부의 용역 연구를 의뢰받고 한국의 최저임금 수준이 OECD 6위라는 보고서를 작성하는 등 경영계 입장만을 대변하는 인물이라고 주장해왔다. 이날 민주노총 측 노동계 위원은 박 위원의 내정에 반발해 4명 전원 퇴장했다. 민주노총은 지난 3월과 4월 회의에서도 박 위원의 선출을 놓고 회의에 불참한 바 있다. 하지만 노동계 위원의 한 축인 한국노총은 이날 "위원장 선출을 둘러싼 갈등이 최저임금 심의의 파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막고자 한다"며 박 위원 선출을 저지할 의사가 없음을 밝혔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달 29일까지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통보해야 한다. 노동계는 평균 근로자 임금의 절반 수준인 5410원을 내세우는 반면 경영계는 동결안을 제시했다. 여느 해처럼 중립에 서 있는 공익위원들의 역할이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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