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중장비 수출업체 수산중공업이 판매사인 우리은행과 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통화옵션상품 키코(KIKO) 관련 항소심에서 법원이 "불공정 계약이 아니다"라며 은행의 손을 들어준데 대해, 금융소비자협회(이하 금소협)는 "법원의 판결에 문제가 있다"며 관련 제도 수정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당시 서울고등법원은 "계약체결 당시를 기준으로 봤을 때 기업이 얻는 이득보다 은행이 얻는 이득이 큰 불공정 계약이 아니며 은행이 키코 계약을 일방적으로 권유한 게 아니라 수산중공업이 당시 환율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견하고 자체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며 설명의무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금소협은 "키코 상품의 문제는 단순히 상품의 공정성여부나 해당기업의 환율 예견에 있지 않다"며 "복잡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때는 고객에게 그 위험성을 충분히 인지시켜야 하지만 은행은 이를 소홀히했다"고 반박했다.
금소협은 특히 도이체방크와 독일 중소기업 일레 파피에르 간 이자율 스왑상품 관련 분쟁을 예로 들며 "최근 독일연방최고법원 등에서 복잡한 금융상품의 경우 설명의 정도는 고객이 판매자인 은행과 같은 수준의 지식과 이해 수준에 이를 정도여야 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수산중공업에 키코를 판매할 당시 은행 측이 고객보호에 관한 의무를 소홀히 한 만큼, 독일의 판례로 볼 때 은행의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다.
금소협은 "은행 측은 당시의 환율전망을 근거로 손실위험에 대해서 기업 측이 위험을 과소평가하도록 만들었다"며 "만약 환율이 1500원까지 올랐을 때 어떤 손실이 발생하는지도 설명했다면 키코에 가입하는 기업은 많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소협은 또 최근의 저축은행 부실 사태에 대해서도 "후순위채 판매 과정에서 은행은 예적금만큼 안전하고 이자는 높다며 고객으로 하여금 위험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었다"며 "이전의 펀드사태 때도 은행과 증권사들은 ELS나 펀드를 판매하면서 주가가 반토막 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투자위험 자체를 인지하지 못 하도록 했다"고 비판했다.
금소협은 "이러한 영업방식을 정상영업이라고 판단하는 법원의 판단에는 분명히 문제가 있다"며 "고객들이 정상적인 투자판단을 할 수 없도록 한 책임에서 금융사는 자유로울 수 없다"고 법원 판결에 반박했다.
또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판매 과정에 대한 개선과 제도를 재정비해야만 한다"며 금융상품 판매제도 및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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