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 구명 의혹을 받는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이 부인 소유의 아시아신탁 주식 지분을 팔지 않고 지인에게 명의신탁한 것으로 알려져 검찰 수사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복수의 사정당국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2008년 3월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하기 직전 서울대 동문인 사업가 박모씨에게 부인 명의의 주식을 매각이 아닌 명의신탁 형태로 넘긴 정황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명의신탁은 소유권을 그대로 둔 채 이름만 빌려 주는 것으로 조세회피나 지분 보유상황 은닉 등의 목적으로 종종 악용된다.
사정당국 관계자는 "부인 명의의 주식이 사업가 박씨에게 넘어갔음에도 주식대금을 받은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다. 주식거래를 하면서 돈을 받지 않았다면 명의신탁일 개연성이 매우 높다"고 전했다.
김 전 원장은 부산저축은행 유상증자에 참여했던 부동산신탁회사인 아시아신탁의 이사회 의장으로 일하다 금감원장에 취임하면서 부인이 보유했던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를 팔았다고 주장해왔다.
김 전 원장 부인의 주식을 받고서 이름을 빌려준 것으로 추정되는 박씨는 개인 사업을 하는 재력가이며 김 전 원장과 친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장은 2007년 아시아신탁 설립 과정에 참여해 등기이사로 등재돼 이사회의장을 맡는 등 경영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 전 원장이 부산저축은행의 불법 대출을 묵인해줬다가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된 금감원 직원들의 징계를 무마하려고 지난해 감사원을 찾은 것은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의 청탁과 별도로 아시아신탁 주식을 계속 보유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특히 금감원장 임기 중 부산저축은행 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감원과 예금보험공사 공동검사 때 검사 중단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아시아신탁 주식의 위장 보유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신탁은 지난해 6월 말 자금난을 겪던 부산저축은행의 유상증자에 90억원을 출자했다가 지난해 7월 부산저축은행이 위험해지자 투자액의 절반가량을 회수했다.
아시아신탁 관계자는 "김 전 원장이 박모씨에게 주식을 판 것으로 알고 있지만, 명의신탁은 말도 안 된다"고 해명했다.
연합뉴스는 명의신탁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김 전 원장에게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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