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외교통상부는 "관련 내용은 없다"며 답변을 거부하고 있어, 진실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전문직 비자쿼터가 뭐길래
▲김현종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공무에서 물러난 후, 삼성전자 사장으로 새 인생을 시작했다. ⓒ뉴시스 |
이 책에서 김 전 본부장은 한국이 2007년 7월, 미국과 FTA 재협상에 돌입하면서 전문직 비자쿼터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전문직 취업 비자란 미국에서 한국을 포함한 외국 국적자 중 전문직에 종사하는 사람이 미국에서 취업하는 데 필요한 취업 비자다. 민변에 따르면 미국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은 물론이고 호주, 싱가포르와의 FTA 체결 당시도 전문직 취업 비자 쿼터를 제공했다. 싱가포르는 연간 5400여 명의 전문직 취업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김 전 본부장은 2007년 6월 25일부터 이틀간 미국에 출장을 가, 오랜 협상 끝에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제공하겠다는 미국 측의 약속을 받아낸 후 같은 달 30일 미국에서 재협상 문서에 공식 서명했다.
이 내용은 김종훈 당시 한·미 FTA 협상단 수석대표(현 통상교섭본부장)이 한·미 FTA 서명식 종료 후 같은 해 7월 1일 가진 워싱턴 특파원 간담회에서도 간접적으로 밝힌 바 있다. 이 간담회에서 김 수석대표는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한 호주처럼 우리도 FTA와는 별도로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아내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며 "호주의 경우 미국과 FTA를 체결한 뒤 10개월이 지나 'E비자'라는 별도 형태로 1만500개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아냈지만 우리는 그보다는 숫자가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김 전 본부장의 책 내용대로라면 간담회 당시 이미 양국은 전문직 비자쿼터 적용에 합의한 상태며, 이 내용이 합의된 문서가 존재해야 한다.
누구의 거짓말인가
그런데 외교부는 그간 관련 내용을 한 차례도 밝히지 않았다.
민변은 김 전 본부장의 책이 출간된 직후인 지난 2월 10일, 관련 내용의 공개를 요구했으나 외교부는 "직무상 취득해 보유 관리하고 있는 정보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공개를 거부했다.
이후 민변은 김 전 본부장의 책을 근거로 정보 공개를 재차 요구했으나, 외교부는 관련 책에도 이 내용이 없다고 답변했다. 책에 분명히 명기된 내용마저 인정하지 않은 셈이다.
만약 외교부 말대로 이 내용이 없다면, 노동·환경 등 7개 분야에서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시작했던 당시 재협상이 한국에는 별다른 이득을 가져다주지 못하고 끝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 수 있다. 전문직 비자쿼터 적용 여부는 당시 외교부에서 가능성을 언급할 당시도 "미국 의회의 약속이 없다면 무용지물"이라는 시민사회단체의 비판이 많았다.
외교부 FTA 이행과 관계자는 <프레시안>과 인터뷰에서 "민변이 보낸 송장이 아직 담당부서로 송달되지 않았다. 관련 내용은 뉴스를 통해 파악 중"이라면서도 "(민변이 주장한 내용은) 없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둘 중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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