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김 총재가 한은 독립성 논란을 재점화 시킬 정도로 그간 정부 정책기조의 눈치를 봐온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한은과 금융관료 간 갈등이 심화될 기폭제가 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 중 감독기능이 없는 곳은 우리와 일본, 캐나다 등 과거 영국 모형을 따른 나라들이다. 그나마 일본은 어느 정도 조사권이 있다"며 "최종대부자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조직이 아무런 정보가 없으면 어떡하느냐는 게 내 주장"이라고 말했다.
또 "남이 주는 정보로 상황 처리하는 나라는 없다"고 비유하며 "글로벌 경제에 살면서 글로벌 추세에 맞는 감독기구와 중앙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오전 서울 중국 한국은행에서 열린 5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
금융위기 직후 금융시스템 감시 강화의 필요성이 대두됨에 따라 박영선 민주당 의원 등이 2008년 한은의 단독조사권을 인정한 한은법 개정안을 내놨으나 정부의 격렬한 반대 등으로 인해 아직까지 계류 중이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감독권은 아무에게나 줄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노골적으로 한은을 겨냥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따라서 그간 침묵을 지켜온 김 총재의 이번 발언은 암묵적으로 한은의 입장을 기다려온 국회와 시장, 한은 내부 관계자들에게 한은이 금감원과 정면으로 의견을 달리할 것임을 공식화하는 의미를 지닌다. 항상 에둘러가는 표현과 모호한 말처리로 일관하던 김 총재의 그간 발언 수준을 미뤄보면, 이날 발언의 강도는 비교적 강한 메시지를 지녔다.
당장 이날 김 총재는 국회에 오른 한은법 개정안마저도 "충분하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 총재는 "현재 국회 법사위원회에 계류된 개정안은 오랜 시간 논의를 통해 만들어진 것이어서 지금 그 내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도 "그렇다고 충분하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한은이 단독조사권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친 셈이다.
현재 한은법은 한은 입장에서 보면 당초 법안에 비해 상당부분 후퇴한 내용을 담고 있다. 박 의원의 원안에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도모해야 한다"는 내용은 "금융안정에 유의한다"는 조항으로 수정됐다. 그리고 단독조사권 부여 역시 삭제되고 제한적인 상황에서만 한은이 검사권을 가지도록 완화됐다. 사전 조사권은 아예 개정안에서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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