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리대출 부작용을 완화하고, 신용등급 하락에 따른 부작용을 막기 위해 개인신용평가제도를 손질키로 했다. 올해 서민우대 대출제도에는 3조2000억 원을 지원한다.
17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서민금융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이번달부터 오는 10월까지 차례로 시행될 예정이다. 앞으로 시중금리가 오르고, 정부가 가계부채 조정에 나설 경우 발생할 부작용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준비작업으로 평가된다.
10만 원 미만 소액연체, 신용도 영향 없어
정부는 우선 개인신용도의 지나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신용평가제도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개인신용등급 산정 방식을 수정해, 신용도가 떨어져 돈을 융통하지 못하는 일을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우선 10만 원 미만의 소액 연체정보는 연체 기간에 관계없이 신용평가에 반영하지 않기로 했다.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소액의 연체내역까지 신용등급 하락에 영향을 미치는 건 지나치다는 이유다.
현재 10만 원 미만을 닷새 이상 연체해 신용평가에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749만 명이다.
또 연체 기간이 90일 미만일 때 이를 갚으면 연체정보가 신용평가에 반영되는 기간이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된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신용조회를 여러 차례 하더라도 신용등급에 악영향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신용조회 기록이 남아 신용평가에 불이익을 받은 사람은 약 307만 명에 이른다. 정부는 낮은 신용도 탓에 돈을 빌리기 어려운 여건의 사람이 신용조회를 자주 하기 마련이고, 이 때문에 신용도가 더 떨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정부는 돈을 빌리더라도 제 때 갚기만 한다면 신용평가에 가산점을 주기로 했다. 개인회생절차를 성실하게 밟는 이 역시 신용평가에 긍정적 점수를 받는다.
이와 더불어 건강보험, 국민연금,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도 오는 7월, 늦어도 10월이면 개인의 동의를 받아 납부실적은 은행연합회로 취합하고, 이 결과를 신용평가에 반영한다.
제2금융권 고리 수준 낮추기로
정부는 또 서민들의 고금리 부담을 줄이는 방안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불법 대출중개업 단속에 나서기로 했다. 금융위는 고금리 대출의 가장 큰 원인으로 불법 대출중개업을 꼽았다. 대출자를 금융기관에 소개하는 과정에서 높게는 대출금의 10%가 수수료로 붙어, 서민들의 금리 부담이 커진다는 설명이다.
정부에 따르면 저축은행, 할부금융, 대부업체의 개인신용대출 규모는 총 11조6000억 원이며, 이 중 60%가 중개업자를 통해 나갔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중개수수료는 5000억 원에 이른다.
금융위는 단속을 위해 우선적으로 금융감독원, 지방자치단체, 경찰 등과 함께 미등록 대출중개업자를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정부는 대신 서민대출 중개기능을 하는 한국이지론㈜의 기능을 활성화하고, 수수료율 최고한도도 3~5%로 규제키로 했다. 다단계 대출중개는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대출과정에 중개업자가 한 단계 이상은 끼어들지 못하도록 한다는 얘기다.
대출금리 상한선은 연 44%에서 39%로 5%포인트 낮추겠다고 정부는 밝혔다. 제도는 늦어도 오는 7월부터는 시행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서민전용대출프로그램인 햇살론, 미소금융, 새희망홀씨에 3조2000억 원을 지원키로 했다.
패자부활 기회 마련
한편 금융위는 연체 기간이 30일 이상, 90일 미만인 단기 연체자의 채무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개인 프리워크아웃(사전채무조정)' 제도를 2년 연장 운용하기로 했다.
신용회복위원회와 신용회복기금의 신용회복 프로그램에 따라 이자를 탕감해주는 경우, 원금 상환기간은 종전 8년에서 최장 10년까지 연장키로 했다.
옛 전환대출인 '바꿔드림론'은 연소득 2600만 원 이하인 누구나 이용가능하도록 지원대상을 늘렸다. 바꿔드림론은 20%를 넘는 고금리 채무를 11% 수준으로 낮춰주는 제도로, 전국 모든 은행 창구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신용회복 프로그램이나 바꿔드림론을 이용하면서 1년 이상 성실하게 빚을 갚았다면, 급전이 필요할 때 연 4%의 저금리로 최대 500만 원까지 재활자금을 이용할 수 있다.
서태종 금융위 본부국장은 "가계부채 문제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신용도 등이 취약한 서민가계에 주름살이 가지 않도록, 미리 서민금융 기반강화 대책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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