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한은은 배포한 '2011년 경제전망' 수정자료에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0.4%포인트 끌어올렸다. 가격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농산물, 석유류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율도 종전 전망보다 0.2%포인트 상향한 3.3%로 높여 잡았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올해보다 내년 더 높아
한은은 물가상승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3.4%로 잡았지만, 근원인플레이션율은 3.6%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만큼 통화량 흡수가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셈이다.
경제성장률 예상치는 작년 12월과 동일한 4.5%를 제시했다. 내년에는 한국 경제가 4.8% 성장하리라고 내다봤다.
한은의 이번 인상은 이미 예고된 결과다. 지난해 말부터 물가 상승률이 빠른 속도로 솟아 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만 해도 연간 2.9%의 비교적 안정적인 상승세를 보이던 물가는, 지난 1분기에만 4.5% 올랐다. 월 단위로는 1월 4.1%, 2월 4.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 에스토니아를 제외하면 가장 급격한 오름세를 보였다.
생산자물가 상승률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어, 앞으로도 물가가 안정되길 기대하긴 어렵다. 이미 지난달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2008년 11월 이후 28개월 만에 가장 높은 7.3%까지 치솟았다.
이 때문에 주요 경제기관들은 일찌감치 물가전망자료를 수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종전보다 1.1%포인트나 끌어올린 4.5%로 높여잡았고, LG경제연구원은 3.1%에서 3.8%로 인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작년 말 2.8%로 예상한 올해 물가 상승률은 3% 중후반대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크다.
▲ ⓒ한국은행 |
또 따라잡기 급급한 한은…통화량 조절 안 하나?
그런데 한은이 이처럼 경제여건을 전망하더라도 그에 합당한 대책을 내놓을지는 의구심이 든다. 한마디로, 물가 상승세에 선제되는 정책적 대응을 미리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은의 전망대로 물가 오름세는 단기간에 끝날 성질이 아니다. 당장 이날 보고서에서도 한은은 "하반기 중 소비자물가 상승 폭이 기저효과의 영향으로 축소되겠으나,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해 기조적 물가오름세는 오히려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대외변수에 대해서도 한은은 "물가경로에는 국제원자재가격 상승 폭 확대, 공급충격의 2차 효과 가능성 등으로 상방리스크가 우세"하다고 밝혔다. 대외변수도 물가의 추가 상승에 쏠린다는 얘기다.
한은이 취할 수 있는 유일한 정책인 통화량 조절은 즉시적인 효과를 내지 못한다. 최소 1~2분기가 지나야 흡수된 통화량이 돈값을 끌어올려 물가상승세를 옥죄는 효과를 나타낸다.
따라서 물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줄이기 위해서는 한은이 선제적으로 통화량 흡수를 단행해야 한다. 근원인플레이션율이 오르는 이유는 시중의 유동성이 제대로 흡수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대응과정에서 일찌감치 예상된 일이다.
그러나 한은은 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이유로 선제적 기준금리 인상에 계속해서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당장 전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한은은 4월 기준금리를 종전과 같은 3.0%로 동결했다.
이 때문에 한은의 이번 보고서는 마치 한은이 내년까지도 시장의 흐름을 뒤쫓기 급급한 지금의 자세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처럼 해석된다. 올해보다 내년의 물가상승률은 낮다고 전망하면서도, 근원인플레이션율은 오히려 더 높아지리라고 전망한 자료가 이를 단적으로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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