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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체결하면 조세수입 1.6조 감소"

국제통상연구소, 정부 자료와 정반대 전망치 발표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되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1조6600억 원 이상의 세수가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는 세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정부 주장과 백팔십도 다르다.

12일 국제통상연구소는 지난 9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EU FTA 의안서와 조세연구원이 작성한 '한·EU FTA 체결에 의한 세수입 변화 추정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정부 주장과 정반대의 결론을 얻었다고 밝혔다.

세수 2.2조 증가 vs 1.6조 감소

국제통상연구소 자료를 보면, 한·EU FTA 체결 이후 관세철폐가 완결되는 향후 10년간 평균세수는 최소 5029억 원, 최대 1조667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한·미 FTA 경제효과를 분석할 때 사용한 GTAP 표준모형을 이용해 한·EU FTA 결과를 추산하면, FTA로 인해 10년간 연평균 세수가 330억 원 증가하지만 연평균 관세수입은 1조7000억 원 줄어들어, 총 1조6670억 원의 조세가 줄어들었다.

정부가 생산성 증가효과까지 가정해 사용한 모형(생산성증대 효과 고려 모형)을 적용해봐도, 앞으로 10년간 5029억 원의 조세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비판을 받은 정부 모델을 이용해봐도, 한·EU FTA로 인해 조세수입이 오히려 감소한 것이다.

반면 정부는 같은 자료를 갖고 정반대의 결론을 내렸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한·EU FTA 의안서를 보면, 한·EU FTA로 인해 한국의 조세는 직접적으로는 1조5642억 원 감소하지만 경제성장에 따른 간접증대효과가 3조9415억 원에 달해 실질적으로는 연평균 2조2224억 원의 조세수입이 늘어난다.

국제통상연구소는 정부의 이와 같은 결론에 대해 "정부가 활용한 연산일반균형(CGE) 모델은 관세철폐 이전과 이후를 비교한 정태모형"이라며 "시간 흐름에 따른 경제효과를 전망하는 동태모형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한 마디로, 정부가 일정 시기의 경제상황을 비교하는 경제모형을 일정 시기의 흐름을 분석하는데 잘못 사용해, 엉뚱한 결과가 나왔다는 얘기다.

국제통상연구소는 "(정부의 조사 결과는) GTAP의 CGE 모형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조약 체결 10년 이후에도 매년 1.7조 세수 감소

정부가 한·EU FTA 체결 이후 관세 철폐가 완료되는 시점으로 잡은 10년이 지난 후에도 조세수입 감소는 지속되리라고 국제통상연구소는 전망했다. 정부는 11년차부터는 세수 감소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

국제통상연구소는 "관세가 일단 철폐된다면 10년 이후에도 매년 세수가 1조7000억 원만큼 지속적으로 발생한다는 가정을 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정부가 여론 조성에 불리한 자료는 고의적으로 뺀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세수감소분의 축소를 줄이기 위해 조세부담률을 지나치게 높게 잡았다고 국제통상연구소는 비판했다.

이와 관련, 비준동의안은 2009년 국민의 조세부담률 20%를 근거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 2월에 발표한 자료에는 작년 우리 국민의 조세부담률은 19.3%, 2013년에는 19.6%로 전망돼 있다.

국제통상연구소는 "이 통계마저 낙관적인 전망으로 추정된 것으로, 실제로는 더 많은 감소가 예상된다"며 "최소 1%포인트가량의 조세부담률 감소를 가정하면, 정부가 발표한 조세수입 자료는 2조 원 이상의 과장이 포함된 것으로 추정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국제통상연구소는 "신뢰할 수 없는 경제효과 분석방법과 그 결과를 적용한 정부 전망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정부는 경제효과도 없고, 국가 재정에도 부담이 되는 한·EU FTA 비준동의안을 철회하고, 국회는 이를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국제통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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