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증시가 대지진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속절없이 급락, 9000선마저 내줬다.
15일 오전 10시 30분이 지난 현재 니케이225는 전날보다 6.1% 이상 하락하며 9030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날 니케이225는 전날보다 2%가량 하락한 9400선에서 출발한 후 급락을 지속, 10시 20분을 지나면서 9000선 미만으로 밀려나기도 했다. 니케이225 지수는 전날 9620.49로 장을 마감해 작년 12월 22일 이후 처음으로 1만 선 미만으로 밀려난 바 있다. 9000선 미만까지 떨어진 건 지난 2008년 10월 금융위기 당시 이후로 처음이다.
피해규모 '눈덩이'
일본 증시가 이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까닭은 피해 복구비용이 눈더미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만만찮은데다 당장 주요 기업의 조업중단이 현실화됐다는 부담이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또 대규모 보험금 부담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도 크다.
전날(14일) <로이터>는 미쓰비시UFJ증권과 사라신은행이 이번 지진 피해복구 비용으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의 5%를 소모할 것으로 내다봤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일본의 GDP는 5조4000억 달러(6102조 원)다. 약 2700억 달러(305조 원)를 피해복구에 소모해야 한다는 얘기다.
크레디트스위스(CS)와 바클레이즈는 이번 피해 복구에 1800억 달러가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당장 기업들의 손실은 현실화하고 있다. 일본 최대 자동차 생산업체인 토요타자동차는 14일부터 16일까지 일본 내 모든 생산 공장의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 이로 인해 연간 생산량 4만 대가량의 감소가 예상된다. 골드만삭스는 이 사흘 간의 매출 손실액만 4억3800만 달러(49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신일본제철도 일부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고, 스미토모금속공업의 제철소 가스저장시설은 파손됐다. 소니는 총 10곳의 공장과 2개의 연구개발센터를 폐쇄했다. 이 밖에 카시마, 지바, 가와사키 등 3개 단지의 8개 석유화학회사가 생산 설비 가동을 중단하는 등 정유업계도 당장 가동이 불가능한 곳이 상당수다.
조업중단의 결정적 원인 중 하나는 전력수급이 나빠졌기 때문이다. 후쿠시마(福島) 지역의 원자로가 폭발 위기에 처하자, 일본 정부는 바닷물을 투입해 원자로 온도를 낮추는데 이용하는 최후의 조치를 취했다. 바닷물을 사용하면 원자로는 다시 사용할 수 없다. 원자로 교체에만 당장 50억 달러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금 문제도 변수
이들 기업의 피해는 세계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일본은 세계 3위의 석유수입국이고 세계 최대 제조업 국가 중 하나다.
당장 일본의 주요 반도체 생산업체가 가동을 중단함에 따라 국제거래시장에서 D램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차츰 늘어날 보험금 부담도 앞으로 세계 경제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무디스 인베스터스 서비스는 전날(14일) "일본뿐 아니라 전 세계의 보험과 재보험 회사들이 막대한 손실을 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CS는 초기 보험비용을 100억~500억 달러로 추산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14일 뉴욕증시에서는 대형 보험주들이 급락했다.
영국 런던 소재 국제문제 연구기관인 채텀 하우스(Chatam House)는 지진으로 인해 일본 주가 총액의 약 10%인 1조 달러가량의 손실액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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