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BOJ)의 긴급 유동성 공급량이 12조 엔(약 160조 원)으로 확대됐다. 단일 공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다.
14일 오전 일본은행은 당초 예고했던대로 7조 엔의 자금을 시장에 푼데 이어, 5조 엔 규모의 긴급자금을 추가 공급키로 했다고 <니혼게이자신문>이 보도했다.
이번 공급량은 지난 2008년 10월, 국제 금융위기 당시의 4조5000억 엔을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규모며, 작년 5월 이후 약 10개월 만에 시행되는 자금 공급이다.
BOJ는 지진 발생 직후인 11일 곧바로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시장에 긴급 유동성 공급을 결정한 바 있다. 당초 BOJ의 이번 회의는 이틀간 열릴 예정이었으나, 단 하루만 개최키로 일정을 변경했다.
BOJ가 이처럼 대규모 유동성 공급을 감행한 이유는 당장 필요한 대지진 여파 수습에 대규모 자금이 필요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런 필요성을 반영하듯, BOJ는 이날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행(0.0%~0.1%) 수준으로 유지하고장기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추가로 내놓을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BOJ는 발생 직후 5000억 엔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하고,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그러나 이번 조치가 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가뜩이나 심각한 국가부채가 더 악화되기 때문이다. 지진발생 후 이틀간 엔화가 재건에 따른 경제회복 기대감으로 강세를 보이고 있으나 일본 경제가 앓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 해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일본 정부의 재정적자 규모는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두 배 수준으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국가들보다도 더 심각하다. 노무라증권은 "고베 대지진 당시는 정부의 재건사업 지출로 브이(V)자형 회복을 했으나, 이번에는 어려울 것"이라며 "2분기에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칠 것으로 예상했으나 3분기, 더 길어지면 4분기나 돼야 저점을 탈출할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현재의 엔화강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며 "일본 정부의 재정문제가 이미 유럽의 불안한 국가들보다 더 악화된 마당이라, 이번 조치는 불안감을 더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오전 현재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로는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로 해외에 투자했던 자금을 회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강세로 나타난 것"이라면서도 "계속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현재 일본 기업과 개인들이 해외에 투자한 증권과 채권의 총 규모는 약 262조 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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