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는 22일 "무기 수출 세계 7위가 과연 바람직한 국가목표인가"라는 논평에서 △살상무기 수출 육성은 국가의 도덕성과 민주주의에 악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실익이 없고 비효율적이며, △한반도 평화와 한국의 국가 이미지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무기 수출 대국화 계획을 즉각 철회하고 한국 방위산업 육성 전략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며 국방 선진화 전략의 수정을 요구했다.
지난 19일 발표된 국방 선진화 전략은 2020년까지 방위산업 분야에서 연간 생산액 100억 달러, 수출액 40억 달러, 고용 5만 명 창출을 달성해 세계 7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전략의 주요 내용은 현재 국방과학연구소가 독점하고 있는 국방 분야 연구·개발(R&D) 사업을 2015년까지 점차 민간으로 넘기고 '민관군 합동개념팀'과 '국방산업발전협의회'를 신설해 방위산업을 수출전략 산업으로 육성하는 것이다.
"무기 수출 위해 파병? 제국주의 논리"
참여연대는 논평 마지막 부분에서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평화적이고 호혜적인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국가의 핵심 과제"라며, "거대하게 성장한 방위산업 집단(등은) 한반도 주변의 군사 위기를 고조시키는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무기 수출 세계 7위라는 정책 목표는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군축과 긴장완화라는 기조에 배치된다는 것이다.
이 단체는 또한 미국·중동에 치우친 방위산업 수출을 아프리카·아시아로 다변화하겠다는 방안은 '저개발국의 빈곤퇴치와 경제성장 지원'을 G20 정상회의 주요 의제 중 하나로 제안한 기존 정부 입장과 배치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은 "이미 한국은 미국이 부르면 어디나 가는 파병국가, 악명 높은 비인도적 무기인 집속탄 수출국가라는 오명을 지니고 있다"며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의 위상에 걸맞은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는) 심지어 무기수출 증진을 위해 파병까지 고려하겠다고 한다"고 전하며 "이 발상이 분쟁 지역에 진출해 이권을 챙기고 무기를 판매하는 전형적인 제국주의의 논리와 어떤 차별성을 가지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 지난 5월 요르단에서 열린 특수작전무기전시회에서 세계 군수업체 관계자들이 한국산 무기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사진에 등장하는 제품 및 인물은 기사 내용과는 관련 없음) ⓒ뉴시스 |
"수출에도 윤리적 기준 있어야"
참여연대는 또한 "왜 무기수출 7위 국가가 되어야 하는가? 우리 젊은이들에게 정부가 제공하고자 하는 '매력적인 직장'이 군수산업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이 단체는 "무기 수출은 자동차, 반도체 수출과는 다르다"며 "무기수출 세계 7위가 불명예인지 영예인지,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이 자동차나 반도체여야 하는지 무기여야 하는지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단체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군산복합체라는 새롭고 거대하며 음험(陰險)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는 아이젠하워 미국 전 대통령의 퇴임사를 인용, "군산복합체는 무기를 수입하는 지역은 물론, 무기 수출국 내부의 민주주의를 갉아먹곤 한다"며 우려를 표시했다.
"한국 방위산업 과잉부실투자…대폭 구조조정 필요"
참여연대는 또한 자신들이 지난 1999년부터 K1전차와 K1A1전차, 한국형헬기사업(KHP)과 공격헬기 개발 사업등에 대해 꾸준히 문제를 제기해 온 것을 언급하며 이른바 '율곡사업'으로 불린 한국 방위산업이 과잉·중복투자로 인한 부실·방만과 예산 낭비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이 단체는 "이번 방위산업청 국감에서도 갈짓자로 운행하는 한상국함을 비롯해 K11 복합형 소총, 차기 고속함, 장보고 사업, K12 장갑차, K2 흑표전차 등 국산 K계열 무기개발사업의 문제점들이 총체적으로 드러났다"고 지적하며, 한국 방위산업이 "원가 부풀리기, 국산화율 부풀리기, 기술력 부풀리기 일상화" 등 "'밑 빠진 독' 현실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부가 매달리는 "'군수산업을 통한 민수용 기술획득'이라는 막연한 명제는 점점 더 들어맞지 않고 있다"며 "(한국 방위산업은)'민군겸용기술' 운운하면서도 납품이 보장된 무기분야 외의 민수기술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만한 원천기술·부품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경제논리만으로도 비용대비 효과가 미미한 산업은 도태하는 것이 맞다"는 설명이다.
또한 유럽과 미국에서 이뤄진 군수산업체들의 인수·합병(M&A), 구조조정 등을 언급하며, 정부의 이번 국방선진화 전략이 "군수산업을 특혜적으로 육성할 명분이 축소"되었다는 세계적 추세와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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