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재벌그룹이 그룹당 평균 7~8개의 해외 계열사를 조세피난처 국가에 설립한 것으로 조사됐다. 삼성과 롯데가 비교적 많았다.
14일 <재벌닷컴>은 총수가 있는 자산순위 30대 그룹이 보유한 해외 계열사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작년 4월 현재 조세피난처로 분류된 지역에 있는 해외 계열사 수가 모두 231개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는 30대 그룹 전체의 해외 계열사 수 1831개의 12.7%에 해당하며, 그룹당 평균 7~8개가량의 계열사가 조세피난처에 소재한 것과 같은 셈이다.
국가별로는 세금피난국인 홍콩이 72개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저세율국인 싱가포르가 47개, 세금피난국인 말레이시아가 39개였다. 절반이 넘는 계열사가 동남아 국가에 둥지를 튼 것이다.
세금우대국인 네덜란드가 33개, 아일랜드가 9개, 룩셈부르크가 4개, 스위스가 2개에 달하는 등 유럽의 조세피난처에도 상당수의 계열사가 세워져 있었다.
소득세마저 전혀 부과되지 않아 다국적 회사, 투기자본들이 페이퍼컴퍼니를 운영하는 곳인 버진아일랜드, 케이만군도에도 각각 10개, 5개의 해외 계열사가 소재하고 있었다. 파나마(5개), 사이프러스(2개), 마샬군도(1개) 등에도 적잖은 계열사가 있었다.
재벌닷컴은 "30대 그룹 해외 계열사 중 케이만, 버진아일랜드, 말레이시아 라부안 등에 소재한 일부 금융 지주회사는 장부상 자산만 있을 뿐 실적이 없어 역외펀드 관리를 위한 '페이퍼컴퍼니'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기업별로는 삼성과 롯데가 가장 많은 계열사를 조세피난처에 세웠다.
삼성그룹은 홍콩과 말레이시아에 각각 12개, 싱가포르에 8개, 네덜란드에 5개, 파나마에 1개 등 총 38개의 해외 계열사를 조세피난처에 세웠다.
롯데는 홍콩에 18개, 버진아일랜드에 8개, 네덜란드에 3개, 말레이시아와 싱가포르, 케이만군도에 각각 1개 등 32개의 계열사를 조세피난처에 소재시켰다.
SK가 홍콩에 8개, 싱가포르에 6개, 네덜란드에 4개, 케이만군도에 3개, 버진아일랜드에 2개, 버뮤다와 말레이시아에 각각 1개 등 25개의 계열사를 조세피난처에 뒀고, LG는 면세국인 마샬군도와 파나마에 1개씩 등 21개 해외 계열사를 조세피난처에 세웠다.
CJ가 19개, 두산이 17개, GS가 9개, 현대가 8개, STX가 7개, 한진과 대한전선이 6개, 동양이 5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 금호, 대림, 동부가 각 4개씩이었다. 또 한화와 LS, 효성, KCC, 한진중공업이 각 3개씩, 동국제강이 2개, 웅진이 1개였다.
다만 신세계와 OCI, 현대백화점, 코오롱, 현대산업개발, 영풍은 조세피난처에 소재한 계열사가 없었다.
조세피난처 국가는 기업이나 개인의 소득에 대한 세금이 거의 없고, 회사 설립 또는 외국환 업무에 대한 규제도 없는 곳으로, 다국적 기업이나 투기자본들이 돈세탁이나 비자금 은신처로 자주 이용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OECD는 지난 2002년 케이만, 버뮤다, 마샬군도 등 35개 지역을 조세피난처로 지정했다. 세금부과 수준에 따라 면세국, 저세율국, 세금피난국, 세금우대국 등으로 분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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