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 끝에 기준금리를 현행 연 2.7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금통위는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끌어올린 바 있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이번 달에도 한은이 기준금리를 끌어올리리라는 전망이 만만치 않았다. 한은은 그러나 두 달 연속 기준금리를 끌어올리기에는 정책적 부담을 가졌던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의 지속되는 재정위기, 중국의 긴축정책 등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이번 동결이 물가 안정 방향의 포기는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상황은 그때(기준금리를 인상한 1월)와 같다고 보면 된다"며 여전히 인플레이션 차단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변한 건 아니라고 강변했다.
김 총재는 "(인플레이션 발생에) 특히 공급보다 수요 측면과 인플레 기대심리가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유심히 보고 있다"며 "지금 정부의 각종 대책이 대개 공급 측면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공급부문의 인플레이션이 물가에 미칠) 영향이 조금 줄어들 가능성은 있다"고 전망했다.
정부가 기업들을 다잡아 공급부문 물가를 안정시키고, 한은은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부문과 인플레 기대심리는 낮추는 방향을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 <다우존스>는 지난달 26일 김 총재와 인터뷰를 통해 김 총재가 "국제통화기금(IMF)이 제시한 중립적 정책금리(neutral policy rate) 수준과 한은의 생각이 큰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IMF는 작년 9월 한국의 올해 중립적 정책금리를 연 4% 근처로 제시한 바 있다. 김 총재가 이에 동의했다면, 앞으로도 올해 안에 1.25%포인트가량의 기준금리를 더 끌어올릴 여지가 한은에 있는 셈이다.
김 총재는 그러나 기자간담회에서는 "중립이자율 4%가 '리저너블하다'고 말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IMF의 제안을) 우리의 레퍼런스로 삼는 일도 없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김 총재가 이처럼 해명함에 따라 이번 기준금리 동결로 인해 '한은이 여전히 경제성장률 훼손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는 해석이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이 정부의 눈치를 보느라 기준금리를 올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불신은 이미 시장에 팽배하다.
각 경제주체들이 진 빚이 갈수록 늘어나는데다, 정부의 전월세 대책 등도 여전히 빚을 더 쉽게 받는 쪽으로만 집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 빚이 더 늘어나다가는 앞으로 더 큰 사태가 올 수 있다는 우려는 여러 민간 경제연구소에서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4.1% 올라 작년 말(3.5%)보다 상승폭이 더 커졌다. 전국 아파트 매매가격은 전월대비 0.6% 올랐다. 특히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보다 오름폭이 0.1%포인트 더 커진 1.1%를 기록해 장기간의 오름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기준금리 추가인상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거세지는 원인이다.
실제 한은도 이날 배포한 '최근의 국내외 경제동향' 자료에서 "소비자물가는 수요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가격 및 국제원자재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 가다가는 앞으로도 물가 상승세를 다잡기 어려우리라고 스스로 내다본 것이다. 결국 한은의 기준금리 추가인상은 시기가 문제이며, 그 시기가 늦어질수록 한은에 대한 불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김중수 총재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의를 주재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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