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 노동자들과 공공노조 서경지부(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공공서비스노동조합 서울경기지역 공공서비스 지부)는 용역업체 입찰 참가서 마감일인 19일 홍대 사무처가 있는 홍문관 앞에서 3차 결의대회를 열었다. 앞서 17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학교 측이 모집 인원과 임금 수준을 정하지 않아 사실상 최저임금을 유도하는 최저입찰제로 용역업체를 선정하려 한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지난달 초 홍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자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해지한 후 비슷한 조건으로 '물갈이' 할 속셈이라는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체 참가 신청을 마감하는 날까지 학교 측이 고용승계에 대한 어떤 대화도 시도하지 않았다며 분개했다. 이숙희 공공노조 서경지부 홍익대분회장은 "홍익재단 이사장은 언제까지 우리들을 무시할 건가"라며 "우리가 연봉 1억 원을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하던 일을 계속 하게 해달라는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분회장은 "홍문관 안에서 우리를 보고 있을 용역업체 사장님들에게 한 말씀 드리겠다"며 "우리는 싸구려 입찰은 상대하지 않고 고용승계, 생활임금을 보장할 수 있는 멋쟁이 사장만 접수할 것"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진기영 공공노조 서울본부장은 "24년 전 대학에 들어갈 때 등록금이 79만 원이었고 당시 학교에서 팔던 냉동 라면이 200원이었다"며 "지금 청소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이 24년 전 등록금보다 적고, 라면 한 그릇에 2000~3000원 하는 시대에 하루 식대가 고작 300원"이라고 말했다.
진 본부장은 "학교의 주체는 교직원과 학생만이 아니다"라며 "건물을 깨끗이 청소하고 경비를 서고, 학생들이 편안하게 학업에 열중할 수 있도록 시설을 관리하는 노동자들도 당당한 학교의 주체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19일 낮 기온은 평년기온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여전히 영하에 머물렀다. 집회에 나온 고령의 청소 노동자들이 바닥의 냉기를 견디려 비닐봉투로 발을 감쌌다. ⓒ프레시안(김봉규) |
한편, 이날도 농성장에는 따듯한 연대의 손길이 이어졌다. 홍대 미술학과 학생들은 100여 명이 넘는 농성자들의 하루 점심을 준비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항의해 43일째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전북 버스 노동자들도 먼 길을 달려 집회에 참가했다. 저녁에는 민주노동당 서울시당이 주최하는 촛불 문화제가 정문 앞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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