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세 도입 논의가 정치권은 물론 학계에까지 확대되는 가운데,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수준의 은행세로는 도입 목적인 거시건전성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와 관련, 정부는 작년 12월 19일 개최한 외환시장안정협의회에서 금융기관의 '비예금 외화부채 잔액'에 대해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을 부과하기로 확정했고, 다음달 중 외국환거래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키로 결정한 바 있다.
18일 경제개혁연대는 '거시건전성부담금(은행세) 부과 방안의 문제점 및 대안'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주장하며 토빈세 도입이 보다 더 큰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경제개혁연대는 기획재정부가 은행세를 관리하기로 한 정부안 또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외화자금의 변동성이라는 특정 요인을 통제하고자 한다면 은행세보다는 금융거래세(토빈세) 방식이 보다 더 효과적"이라며 "과세의 일반 원리 측면에서 보더라도 바람직하지 못한 경제활동을 억제하는 데에는 보유세보다는 거래세가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정부가 도입을 추진 중인 은행세는 금융기관의 대차대조표 상 자산/부채 계정 중에서 '비예금 외화부채'라는 특정 차입금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돈을 물리는 방식이다. 현금의 거래(flow)가 아닌 잔액(stock)에 부과한다는 점에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도입한 은행세와 비슷하다.
한국처럼 국제결제화폐를 보유하지 못한 나라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급격한 외화의 유출이며, 이는 외화의 흐름을 직접 통제해야만 막을 수 있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지적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외화자금의 변동성 축소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가장 효과적인 정책수단은 무엇인지, 금융거래세가 보다 효과적인 수단은 아닌지 등의 의문에 대한 검토와 토론 없이 곧바로 거시건전성부담금 도입을 결정한 정부의 태도가 정당화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자금을 기획재정부가 관리하도록 한 것도 문제라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했다.
정부의 방안을 보면 '외국환거래법'을 개정해 평상시에는 한국은행에 부담금 징수와 운용 업무를 위탁하지만, 걷은 은행세는 기획재정부가 관할하는 외국환평형기금에 별도의 계정으로 적립하고 위기 발생 시 외화유동성 공급재원으로 사용하도록 돼 있다.
경제개혁연대는 "정부조직법에 규정된 각 부처의 업무를 보면 거시건전성부담금이 세금이거나 외환정책 대상일 때만 기획재정부의 통제 하에 두는 게 정당화된다"며 "그런데 정부는 거시건전성부담금이 결코 세금이 아니라고 강조한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강조했듯이 거시건전성부담금은 단순한 외환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광의의 거시건전성 감독의 문제"라며 외환정책의 대상 또한 아니라고 설명했다. 기획재정부가 이 자금을 통제할 어떤 권한도 없다는 얘기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결국 정부가 현 상태 그대로 은행세를 도입한다 하더라도 이 자금 적립은 별도의 기금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이 단체는 "선진국의 은행세 도입의 기본 목적은 미래의 시스템 리스크 발생 시 부실금융기관의 '질서 있는 파산처리'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공적자금'"이라며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상 별도의 기금으로 적립하고, 위기 시 한국은행이 외화유동성 공급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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