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최대 자동차 노조인 전미자동차노동조합(UAW)이 미국에 공장을 두면서도 노조 설립을 꺼리는 외국계 자동차 회사에 대대적인 반대 캠페인을 벌일 예정이다. 도요타, 닛산, 벤츠 등 일본‧독일의 자동차 회사와 함께 현대‧기아차 공장도 대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밥 킹 UAW 위원장은 지난 6일 "현재 미국의 노동법은 노동자들이 자유롭게 노조에 가입할 권리를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며 외국계 공장 내 노조 설립을 위한 캠페인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고 <AFP>가 현지시각 7일 보도했다.
캠페인의 1차 목표는 사측이 강제적인 반(反) 노조 모임을 열게 하거나 노조 설립 지지자들을 해고하는 등의 전략을 중단하도록 하는 데 있다. 노조는 지난 2001년 테네시주에 있는 닛산 공장에서 노조 설립을 묻는 찬반 투표를 열었지만 노조가 설립되면 공장을 폐쇄하겠다는 카를로스 곤 닛산 회장의 위협에 부결된 바 있다.
지금까지 미국 내 외국계 자동차 공장 중 노조가 설립됐던 곳은 도요타와 GM의 합장 공장인 캘리포니아의 '루미'가 유일했다. 이마저도 경제위기의 여파로 지난해 폐쇄됐다. 외국계 회사 중에는 본토 공장의 노조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는 경우도 있지만 유독 미국에서만 이런 현상이 빚어지는 데 대해 <AFP>는 기업들이 앨러배마주 등 노동법 규제가 약하고 반노조 정서가 강한 곳에 공장을 세웠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예전의 실패 사례에서 '교훈'을 얻은 UAW는 전미노사관계법 절차를 따르기보다는 미국중재협회(AAA)같은 제3자의 감시를 받는 투표를 각 공장들이 받아들이게 할 계획이다. 킹 위원장은 사측이 이러한 원칙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 공장을 선정해 시민‧소비자 단체와 연계하고 광고와 소셜 미디어 등을 동원해 브랜드 이미지를 공격하는 활동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각 기업의 본토에 있는 노조와도 연대할 방침이다.
UAW는 이를 위해 파업 기금으로 책정된 8억 달러의 일부를 캠페인에 투입하고 모든 외국계 공장 근처에 사무실을 열었다.
UAW가 외국계 자동차 기업을 상대로 노조 설립 운동에 나선 것은 2008년 경제위기 이후 침체된 자동차업계에서 노조가 없는 공장으로 일자리가 쏠리는 현상이 배경이 됐다. 위기를 틈타 미국 본토를 공략한 아시아와 유럽 회사들과 경쟁하기 위해 임금과 복지 수준에서 양보를 감수해야 했던 UAW로서는 해당 기업에 세력을 확장할 필요가 절실한 셈이다.
하지만 기업들의 반응은 차가운 편이라고 <AFP>는 전했다. 마이크 고스 도요타 대변인은 "우리는 미 노조법에 기초해 구성원들의 권리를 존중하고 있다"며 이미 적절한 임금과 복지, 안전한 노동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GM과 크라이슬러 등 미국 자동차 회사의 파산에 UAW도 책임이 있다며 이들의 조직화 사업이 기업들에게 큰 위협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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