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 25일간의 공장 점거를 해제한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특별교섭에서 별다른 성과를 보이지 못한 가운데 현대차 정규직 지부가 연대 총파업 투표 결과를 14일 공개해 비정규직과의 연대에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현대차 비정규직 지회와 정규직 지부, 금속노조는 농성 해제 이후 현대차 및 사내하청업체와 두 번의 협의를 진행했지만 파업에 따른 고소ㆍ고발 철회와 불법파견 대책 등의 의제에서 별다른 결과를 도출하지 못했다. 이에 지회는 14일까지 의미 있는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15일부터 재파업에 돌입하겠다고 밝힌 상태였다.
그런데 이날 현대차 지부가 지회의 농성 당시 실시한 연대 총파업 찬반투표 결과를 공개하면서 찬물을 끼얹은 것. 지부에 따르면 조합원 4만4093명 중 3만5867명이 투표해 20.42%인 9004명만이 총파업에 찬성하고 반대는 2만5795명으로 58.50%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 찬반투표 당시 비관론과 낙관론이 교차했던 것에 반한 결과다.
비정규직 지회가 농성 해제 압박을 받았던 지난 8일 지부가 실시한 투표 자체에서부터 말이 많았거니와, 이제 와서 투표 결과를 발표한 의도에도 주목이 쏠린다. 지난달 금속노조가 대의원 대회에서 총파업을 결의했을 당시 산하지부인 현대차 정규직 노조는 노조 규약에 따라 조합원 총회를 열어 의견을 물어야겠다고 밝혔고, 실제로 찬반투표에 들어가 금속노조 차원의 총파업을 주저하게 만든 원인을 제공해 왔다.
그런데 지회가 재파업 돌입 의지를 밝힌 상황에서 투표 결과를 공개해 사실상 정규직 노조가 비정규직 노조의 파업에 동참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한 셈이다. 지부는 "민의를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개표 목적을 설명하고 있지만 정규직 조합원들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쟁의행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보임으로써 재파업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현대차 정규직 노조의 지난 투표 결과를 봐도 이번 개표에 '의외'라는 말을 붙이긴 어렵다. 지부는 지난 4월에도 금속노조의 노동기본권 확보 파업에 대한 투표에서 찬성 38%로 부결시켰으며 지난 200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총파업 투표에서도 과반에 미치지 못하는 찬성율을 보였다. 더구나 비정규직 노동자를 현대자동차 지부가 조합원으로 인정할지를 묻는 투표는 3번이나 부결시킨 전례도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조합원 총회 당시부터 노노 갈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지만 20%의 찬성율은 충격적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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