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이른바 '정착촌' 건설은 팔레스타인 땅에 이스라엘 인들의 주거지를 확보하는 전략입니다. 대다수의 언론들은 정착촌이라는 말을 그대로 쓰고 있지만, 그 실질적인 성격은 점령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 살고 있는 원래의 토착민들을 밀어내고 짓는 정착촌은 정착이 아니라 점령을 위한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유럽 제국주의 문제를 오랫동안 규명해 온 영국의 사학자 키어난(V. G. Kiernan)은 미국역사를 파헤치면서 역시 이 백인 정착촌 문제를 거론하고 있습니다. 백인들의 입장에서는 정착촌 건설이라고 하지만, 그 본질은 점령체제의 추진이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미국의 버릇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질타했습니다.
사실 이 과정에서 아메리카 대륙 토착민들은 쫓겨나가 이른바 '보호구역'이라는 이름의 제한구역에 갇혀 살게 되었습니다. 조상 대대로 살아 왔던 땅에서 축출당한 이들은 앞으로 그 땅에서 살아갈 후손들이 누릴 권리까지 계산해서 보상을 받은 것도 아니고, 거의 맨손으로 내몰려 희망이 없는 세월을 아직도 살아 오고 있습니다.
1898년 미국은 스페인 지배 아래 있던 쿠바와 필리핀을 독립시킨다는 명분을 내세워 결국 자신의 식민지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습니다. 쿠바는 남미로 가는 길목을 확보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고, 필리핀은 중국 공략을 목표로 한 전진기지의 가치를 가졌던 것입니다. 이곳에 미국은 자신들의 점령촌만이 아니라, 군사기지를 건설하여 군대의 주둔지역으로 만들었습니다.
쿠바와 필리핀을 미국의 군사기지로 만드는 과정은 엄청난 희생을 가져왔습니다. 필리핀의 경우만 보더라도 자기 땅에서 내쫓기게 된 농민들이 게릴라가 되어 수 년간 항쟁했고,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맥아더 사령관의 아버지 아더 맥아더가 이곳의 사령관으로 있으면서 가혹한 토벌작전을 펴 무수한 촌락이 불타고 학살이 자행되었습니다.
필리핀 농민들에 대한 진압과정이 너무도 잔악해 이 문제는 그 뒤 미의회의 청문회 대상이 될 정도였습니다. 노약자와 여성들을 상대로 한 폭력에 대해 군 지휘관들은 이들을 가족으로 둔 남자들의 저항의지를 꺾는 일이라고 대답했고, 무기를 들지 않는 민간인들에 대한 공격은 이들이 문명화된 종족들이 아니기 때문에 괜찮다는 대답을 하기도 했습니다.
영국 국방성 군사전문가 크리스토퍼 샌다스(Christopher Sandars)는 미국이 전세계 도처에 군사기지를 확보하면서 군사기지를 조차하는 제국이 되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형식은 해당 정부의 요청에 의해 임대받은 것처럼 하고 있지만, 미국은 해당 정부의 요구가 있다 해도 그 임대를 포기할 생각을 전혀 갖고 있지 않다고 비판했습니다.
일본은 '재일미군 (在日美軍)'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의도적입니다. 주둔이라는 말에서 온 '주일 미군'은 일본이 미국에 의해 점령당한 땅이라는 의미를 지니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는 '주한미군'이라는 말을 쓰고 있습니다. 그뜻을 제대로 의식하지 않고 사용합니다. 하지만 그 단어는 이곳에 있는 미군이 주둔군임을 뜻하고 있습니다. 주둔군은 중립적인 단어가 아닙니다. 점령군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들을 위한 군사기지 확보는 주둔군의 보조역할을 하는 한국군의 책임이 되고 있는 것일까요? 주한미군기지 확장 문제의 초점이 되고 있는 평택은 지금 평택(平澤) 그 말대로, 잔잔한 호수가가 아닌, 파문이 이는 불의 땅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