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종의 만화운동가인 김대중과 활동을 같이하는 주변의 만화가, 일러스트레이션 작가들의 수도 많은 것 같았다.
그들은 김대중이 입주한 그 다음 주 바로 워크숍을 이곳에서 연다고 한다. 나도 초청되었으니 자연스레 그들과 대화가 될 것이다. 나는 그들을 다는 아니더라도 이 마을이야기학교에서 활동을 같이하도록 꼬실 생각이다.
그냥 미술가들보다 그들은 일반 대중들에게 훨씬 효능이 좋은 '만화'라는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물론 그들을 꼬시기 위해서는 먼저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그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하겠지만.
또 하나 반가운 소식이 들렸다. 얼마 전부터 대전리 인근에 10월 2일 대전초등학교 동문 체육대회가 열린다는 펼침막이 내 걸렸다. 동문들이 매년 체육대회를 이 학교 운동장에서 연다는 이야기는 이미 알고 있었다. 특히 작년에 여길 임대하여 고시원을 차리려던 사람이 이 동문 체육대회를 열려는 동문들과 시비가 붙어 일 년 동안 빌렸던 이 분교를 포기하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동네 사람들과 제천교육청에서 이미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 대전분교가 오래 되서 동문들이 많기도 하지만 여기저기 사회에서 활동을 하는 동문들이 많다고 한다. 자연히 옛날 학교에 1년에 한 번씩 모여 왁자지껄하게 옛날의 추억을 담아 우정을 되새기는 모양이다. 그런데 여기를 고시원 하겠다고 임대한 친구가 흙벽돌로 운동장에 고시원 부속건물을 짓겠다고 하니 자연히 충돌이 생긴 모양이다.
그런데 금년엔 우리 차례다. 나는 '충돌' 대신 자연스럽게 그들을 우리 마을이야기학교에 끌어 들이기로 했다. 이 계획은 아주 자연스러우면서도 간단한 것이다.
그들 동문회장과 사무국장에게 전화를 했다. 먼저 우리가 동문체육대회 날 전후해서 동문들의 사진전시회를 열어 주겠다고. 깨끗이 치워 놓은 학교의 교실에서 동문들의 옛날 사진들, 가능하면 대전초등학교 때 찍은 사진을 모아주면 우리가 모양 나게 전시를 해주겠다고.
그 전시회가 열리는 교실에서 옛날 사진을 보면서 옛날이야기도 나누고 차도 한잔 하시면 어떠냐고 했더니 회장과 국장은 정말 좋은 일이고 고맙다고 했다.
마을이야기학교는 이제 막 시작이다. 일단 학교 교실을 잘 만들어 마을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만드는 게 급선무다. 사람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이야기가 나온다. 조금만 옆에서 거들어 한글교실도 만들고, 음식교실도 만들고 주민들이 자기가 아는 마을 지도도 직접 그려보는 미술교실도 만들 수 있다.
소리교실도 만들고, 춤교실도 만들고 어느 다른 지역의 마을처럼 동네 노인밴드와 주민들이 직접 조그만 영화도 만들 수 있다.
요즘 뜨고 있는 작가 배영환은 재작년부턴가 컨테이너를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며 오지 지역에 기증을 해 왔다. 물론 이런 사업은 후원을 받아서야 가능한데 수완이 좋은 그는 1~2년 사이에 한 20 군데에다 이런 독특한 공공 미술 작업을 해왔다.
나는 그에게도 부탁을 했다. 여기 대전분교에도 컨테이너 어린이도서관을 하나 기증해 달라고. 그는 쾌히 응락했다.
나는 여기를 독특한 이야기 그림책을 중심으로 한 어린이 도서관으로 꾸며 볼 생각이다.
여기 대전분교, 대전리 마을에서도 마찬가지다. 마을에 직접 들어가니 거기서부터 상상력이 시동이 걸리는 것이다. 교실 안에 우두커니 혼자 앉아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모여 마구 웃기도하고 흥분하기도하여 이야기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길가에서 만난 주민들이 잠깐이라도 그들이 살아 온 얘기를 들려주면 머릿속이 회전하면서 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 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러면서 원래 생각했던 다른 마을과의 네트워크도 동시에 떠 올리게 된다.
내년엔 여기서 몇 달 전에 계획했다 흐지부지된 '전국마을밴드 페스티발'을 꼭 열어야겠다는 생각부터 우리가 답사 다녔던 마을의 예술가들과 주민들을 초청해 우리의 꿈, '마을공화국연합'의 기초를 어떻게 쌓을지를 놓고 열띠게, 또는 깊이 논의하는 자리도 만들고 싶다.
예술가들은 정말 꿈을 잘 꾼다. 가상의 세계를 항상 떠 올리고 그것을 여러 가지 매체로 (비유적으로)표현을 한다.
끈끈하고 천천히 <마을이야기학교>가 마을의 중심이 되어 마을주민들이 자치 자립의 마을을 같이 만들어 나가는 꿈을 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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