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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반올림>, 불교인권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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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백혈병' <반올림>, 불교인권상 수상

선정 이유 "문명의 이기 뒷편의 어두운 그림자 어루만져"

지난 2008년부터 '삼성 반도체 노동자 백혈병 의혹'을 제기해온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불교인권상을 수상했다. 미 공중보건 학회도 지난 9일 반올림의 공유정옥 전문의에게 산업안전 보건분야분과 국제산업안전보건상을 수여하면서 반올림 활동에 주목한 바 있다.

사단법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불교인권위원회는 창립 20주년을 맞아 19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제16회 불교인권상에 반올림을 선정했다. 반올림의 이종란 노무사와 삼성 엔지니어 출신으로 지난 2004년 백혈병으로 숨진 故 황민웅 씨의 부인 정애정 씨 등 활동가들이 대표로 상을 받았다.

불교인권위원회는 "반올림은 인간이 누리는 문명의 이기의 뒷면에 있는 고도 산업사회의 어두운 그림자와 같은 우리의 자화상을 어루만져주는 귀한 인권단체"라며 "누구나 들고 있는 전화기, 컴퓨터와 TV 등의 부품인 반도체 제작과정에 참여한 노동자가 걸리는 암과 백혈병이 공정에 쓰이는 화학물질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렸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위원회는 "반올림은 피해 노동자의 산재신청, 치료비 후원, 전자산업의 위험성을 알리는 운동과 아시아 지역과의 연대회의, 국제 심포지엄 개최 등 전자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안전한 일터라는 의제를 사회적으로 확산시킨 공로가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반올림은 수상에 대해 "삼성 직업병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에서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망설여진다"며 "불교인권상 수상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잘못된 권력을 휘두르는 삼성을 바꾸어내고 첨단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인권에 대해 성찰하고 개선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불교인권상은 1992년부터 시작돼 해마다 인권실태를 알리고 인권보호와 증진에 기여한 개인이나 단체를 선정해 왔다. 1회 시상식에 故 박종철 열사의 부친 박정기 씨가 수상한 것을 비롯해 지금까지 22곳의 단체 및 개인에게 인권상을 수여했다. 지난해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와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함께 상을 받았다.

반올림 수상 소감 전문

이런 상을 받아도 되는 것인지 조금은 망설여집니다.

삼성의 직업병 피해자들의 고통이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청춘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억울하게 삶을 마감한 영혼들과 자식을 잃고 남편을 잃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가족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억울한 죽음들이 단 한명도 산업재해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비참한 현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故 황유미(23), 故 이숙영(31), 故 황민웅(32), 故 박지연(23)....... 고등학교도 졸업하기 전인 19살, 삼성반도체 공장에 취업을 나와 공장과 기숙사를 오가며 밤낮없이 기계를 돌렸던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여러 희귀질환으로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고통스런 투병과정에 있는 많은 노동자들이 있습니다.

저희 반올림이 현재까지 제보를 통해 파악한 삼성노동자의 직업병 피해 사망자 수는 30명이 넘고 전체 제보건수는 100건이 넘어서고 있습니다. 백혈병 뿐만 아니라 뇌종양, 폐암, 유방암, 흑색종, 육아종, 생식세포종 등등 삼성반도체 · LCD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에게서 다양한 직업병이 나타나고 있으나 정부와 삼성의 '짬짜미' 속에 이들의 죽음과 고통의 진상은 제대로 밝혀지지 않고 있으며 영업기밀이라는 이유로 사용물질에 대한 정보조차 주지 않고 있는 현실입니다.

아이폰, LCD TV 등 날이 갈수록 첨단 전자제품은 빠른 속도로 신제품을 출시하며 생산경쟁을 하고 있는데, 막상 그 전자제품 공장에서 일한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우리사회는 제대로 조명한 바가 없습니다. 삼성, LG 등 기업주들이 그리고 정부와 언론이 반도체산업에 대한 청정산업 · 클린산업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동안 실제 클린룸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은 먼지에 약한 반도체 제품을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써 방진복과 마스크를 착용할지언정 정작 수백가지의 화학물질과 가스, 방사선으로부터 자신들의 몸을 보호할 제대로 된 보호구조차 없었고 안전교육조차 받아본 적이 없었고 무엇보다 자신이 날마다 두통이 나도록 맡아온 수많은 화학물질과 유해가스들이 무엇인지 조차 알지 못한 채, 배우지 못한채 일을 하다 코피를 흘리고 하혈을 하고 구토증을 느끼며 일을 해 왔습니다. 심지어 빠른 생산을 위해 그나마 존재하던 안전보호장치마저 풀고 작업을 해왔습니다.

이러한 잘못된 노동환경을 고치고 바꾸는데 기본이 되는 노동조합조차 삼성에서는 허용되지 않았습니다. 삼성은 무노조경영이라는 초헌법적인 경영방침으로 인해 노동자들이 노동조합을 만들지 못하게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미행하고 감시하고 심지어 납치와 해외 강제발령이라는 탄압을 해왔습니다.

이번 불교인권위원회 수상을 계기로 앞으로 우리사회가 잘못된 권력을 휘두루는 삼성을 바꾸어내고 첨단 전자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건강권과 인권에 대해 깊이 성찰하고 개선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반올림은 더 많은 활동으로 더 많은 노동자들과 함께 노동현장에서 건강권과 인권이 꽃필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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