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규모인 1306명이 참여한 주가조작 관련 집단소송으로 관심을 모았던 에이치앤티(H&T) 손해배상 소송에서 법원이 소액주주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 결과로 정국교 전 민주당 의원(에이치앤티 전 대표이사)과 회사는 투자자들에게 303억 원을 배상하게 됐다.
5일 금융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31부(부장판사 황적화)와 민사21부(부장판사 여훈구)는 지난 4일 김모 씨 등 투자자 749명이 정 전 의원과 회사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어 이날(5일)에도 민사32부가 투자자 557명이 낸 260억 원 상당의 배상소송을 진행할 전망이다.
판결 배상액은 정 전 의원이 213억여 원, 에이치앤티가 90억여 원이다. 이 회사 이사였던 이모 씨와 연모 씨도 각각 16억 원 상당의 배상액을 물게 됐다.
에이치앤티는 코스닥시장에 에너지 테마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2007년 4월 19일 "태양에너지 원료인 규소 개발 사업을 위해 우즈베키스탄에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폭등했다. 공시일 5850원이던 이 회사 주가는 이해 10월 8일 장중에는 무려 8만9700원까지 열다섯배 넘게 치솟았다.
그러나 이해 11월 8일, 에이치앤티는 돌연 우즈베키스탄측과의 양해각서가 취소됐다고 공시했다. 이후 주가는 6000원대로 곤두박질쳤다. 소문만으로 주가가 폭등하고 사실이 아님이 공시로 드러나자 폭락한 전형적인 테마주의 몰락 형태였다.
투자자들을 더욱 분노케한 사실은 정 전 대표가 주가급등세를 이용해 대규모 시세차익을 챙긴 후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해를 입힌 게 드러나서다. MOU 체결공시 한달여 전인 3월 26일 에이치앤티 주식 308만주(19.09%)를 보유했던 정 전 대표는 공시 이후인 4월 26일 시간외매매로 주식 100만주를 주당 5370원에 처분해 53억 7000만 원의 시세차익을 실현했고, MOU 취소 공시 직전인 10월 10일에도 주식 40만주(2.48%)를 처분해 343억59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이 밖에도 정 전 대표는 2009년 11월 26일 회사주식 21만여 주를 차명으로 보유하고 있던 게 드러나는 등, 회사내부정보를 갖고 이득을 취하는 전형적인 내부자거래를 이어가며 부를 불렸다. 정 전 대표가 시세차익으로 얻은 이득은 총 440억여 원에 달한다.
결국 정 전 대표는 2008년 4월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도 국회의원 후보 재산 등록을 누락한 혐의로 기소돼 의원직을 상실했다. 이후 대법원은 그의 주가조작 혐의도 인정해 올해 4월, 그에게 징역 2년6개월, 벌금 130만 원, 추징금 86억 원을 확정했다.
서울지법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이 부당 이익을 위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하고 중요 사실을 부실하게 기재하는 등 증권거래법을 위반했다"며 정 전 의원이 허위사실을 유포해 시세를 조종한 후, 이를 근거로 의사를 결정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혔다는 점을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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