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돈이라는 것이 현실 경제, 즉 '생산하고 소비하는 문제, 먹고 사는 문제'와 동떨어져 존재할 수는 없는 법이다. 뒤집어 말하면 현실 경제가 훨씬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먹고 사는 문제를 먼저 살피면 환율전쟁의 실체가 무엇인지 따져볼 수 있다.
세계경제가 그물망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한 우물만 깊이 파고 들어가면 글로벌 경제체제의 비밀이 조금씩 베일을 벗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필자가 즐겨 써왔던 방식,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의 판매량 변화를 놓고 환율전쟁의 실체를 벗겨보도록 하자.
위 그래프는 국내 자동차산업 최대 제조사인 현대자동차의 국내공장에서 생산되는 차량들의 내수 판매량과 수출물량, 그리고 이를 합한 총판매량의 변화를 나타낸다. 다시말해 해외공장 생산량은 고려하지 않았다. 판매량 정보는 자동차공업협회가 매월 발표하는 통계수치를 사용했다. 분석 시점으로 지난해 8월부터 올해 9월까지를 선택했는데, 그 이유는 정부와 언론이 지난해 8월쯤부터 글로벌 경제위기로부터 서서히 벗어나 회복기에 접어들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그래프를 살짝 들여다보기만 해도, 총판매량 곡선은 내수 판매량이 아니라 수출물량의 변화 곡선과 거의 유사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올해 들어서는 내수 판매량이 거의 5만대 안팎에서 고정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예외가 있다면 7만대 안팎의 판매량을 기록한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인데, 여기에는 2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정부가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내수침체를 만회하기 위해 지난해 연말까지 시행한 노후차량 세제지원이라는 인센티브 제도(한국판 '폐차보조금 제도')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지난해 9월에 YF쏘나타와 투싼ix라는 신차가 출시되어 내수 판매를 선도했기 때문이다.
이로부터 알 수 있는 것은, 한국 자동차산업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얼마 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주요 국제기구들이 공동으로 작성한 'G20 주요 경제지표(PIG)'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은 43.4%, GDP대비 수입비중은 38.8%로 수출·수입비중 모두 G20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조사된 바 있는데, 이 조사결과와도 일맥상통하는 대목이라 하겠다.
내수 판매량의 경우 주로 인센티브와 신차에 의존하고 있는데, 인센티브와 신차 효과가 올해는 아예 없었는가? 사실은 올해 9월에 현대차는 인센티브와 신차 효과, 2가지를 모두 누린 바 있다. YF쏘나타에 대해 '1% 초저금리 제도'를 실시했는데, 이는 대략 170만원 가량의 차량 할인효과가 발생해 올해 9월 YF쏘나타 판매량이 급증했다. 또한 아반떼MD라는 신차가 출시되어 내수 판매를 선도한 것도 9월이었다. 그런데 8월 내수 판매량에 비해 9월 판매량은 7천대 가량 증가하는데 그쳤다. 다시말해, 이제 내수 판매를 지탱해왔던 인센티브와 신차 효과의 약발이 상당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G2를 제외한 G20 국가의 전반적인 내수 침체
이번에는 한국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경차, 모닝과 마티즈의 올해 내수 판매량과 수출물량, 그리고 이 둘을 합한 총판매량의 월별 변화 그래프를 살펴보자. 이 경우에도 내수 판매량은 거의 변화가 없는 반면, 수출물량의 변화에 따라 총판매량 곡선이 움직이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판매량 정보는 자동차공업협회의 통계수치를 사용한 것임.)
두 차종은 내수시장에서도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지만 주요 수출지역 또한 유럽으로 같아서 수출시장에서도 경쟁관계에 있다. 그런데 두 차종 모두 수출물량이 점차 떨어지고 있는 것은, 그만큼 유럽의 자동차 내수시장이 얼어붙고 있다는 점을 반영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8월에 수출물량 감소는 두 차종 모두에서 급격하게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9월에 판매량을 일정하게 회복하기는 하지만, 이전 판매량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뉴시스 |
특히 판매량이 급감한 지난 8월 EU 자동차 판매는 남유럽발 경제위기와 독일과 영국 등 주요국의 폐차인센티브 중단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9% 줄어든 70만1710대에 그쳤다. 그런데 현대차는 전년 대비 0.9%밖에 판매가 줄지 않았고 기아차도 7.2% 감소해 타 브랜드에 비해 선전했다는 것이다.
그럼 여기까지 잠정적인 결론을 도출해 보자. 한국의 자동차판매 내수시장은 인센티브나 신차 효과가 약발이 다하면서 점차 쫄아드는 추세인데, 유럽 역시 마찬가지의 현상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본은 디플레이션 상태나 다름없는 내수시장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을 보태보면, 미국과 중국 즉 G2를 제외한 나머지 G20 국가들의 내수시장 전반이 침체에 허덕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G2를 제외한 G20 국가들의 경제 역시 대부분 수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는 것이다.
전세계 생산과 소비는 G2(미국과 중국)로 수렴
위 그래프는 현대차의 주요 해외공장(미국/중국/인도)에서 생산되는 차종들의 올해 판매량의 월별 변화를 그려본 것이다. (판매량 정보는 현대차 홍보사이트(http://pr.hyundai.com) '판매정보'에 나온 수치를 사용했음.)
중국공장 판매량이 2월에 급감한 것을 제외하면 3개 해외공장 모두에서 판매량은 매우 안정되어 있거나 상승세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3개 국가 중 유럽 수출물량을 생산하는 인도공장을 제외한 미국과 중국에서 생산되는 차량들은 전량 자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 정부는 "우리나라에서 자동차를 팔고 싶으면, 이곳에 공장을 지어서 생산하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중국의 경우가 아주 심한데, 해외자본의 독립적인 투자보다 자국 자본과의 합작을 통한 생산공장 설립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사태 직후 불어닥친 금융위기 직후부터 이러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때 "중국이 생산하고 미국이 소비한다"는 세계 경제체제의 운동법칙이 지난 2년 사이 상당히 변화하기에 이르게 된다. 중국과 미국이 전세계 생산과 소비 모두를 경쟁적으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의 경우에는 1980년대부터 전세계의 제조업 공장이 몰려들었기 때문에 새로운 현상이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에는 1970년대 이래 제조업이 자국을 떠나 해외생산기지로 이전되었던 것이, 이제 다시 제조업 공장들이 미국으로 회귀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생산의 중심지로만 여겨졌던 중국은, 이제 미국을 능가하는 세계 제1의 자동차 내수시장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다.
G2와 G20
세계 자본주의 체제는 점점 더 미국과 중국 중심의 G2 시스템으로 다가가고 있다. 한 달 전에 다오위다오(센카쿠 열도) 주변 영해 침범 혐의로 중국인 선장이 일본에 의해 구속되어 중국·일본 간 외교 전쟁으로까지 비화된 사건은 G2 시스템의 중요한 단면을 보여준다.
중국 정부가 첨단 제품 제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대일 수출 중단을 비롯한 대대적인 경제적 보복에 나서자, 미국 정부의 지지를 등에 업고도 일본 정부는 '굴욕 외교'라는 국내 여론 비판을 감수하면서까지 중국인 선장을 석방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은 이제 전세계 국가들을 향해 "미국에 줄을 설 것인가, 중국에 줄을 설 것인가"를 묻기 시작했다.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한국 정부의 윤증현 기획재정부장관은 중국의 위안화 환율 문제를 G20 회의 의제로 올리는 것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가 미국 정치권으로부터 공격을 받은 바 있다. 미국 정부가 연일 중국 정부를 향해 위안화 평가절상 압력을 넣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일 3각동맹의 한 축인 한국 정부의 장관이 어째서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할 발언을 한 것일까? 윤 장관이 내세운 명분은 특정 국가의 환율 문제를 정상회의 의제로 올리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것이었지만, 이것 또한 G2 시스템 앞에 직면한 한국 정부의 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비록 군사정치적 동맹인 한-미-일 동맹을 포기할 수는 없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G2 시스템이 굳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G20의 존재이유는 무엇이란 말인가? 그것은 G20의 나머지 18개국 자본가들의 움직임을 보면 알 수 있다. 중국과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제조업 자본의 대부분은 G2를 제외한 G20 국가로부터 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미국과 중국에 구축한 해외생산기지는 자국 경제의 성장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를테면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은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할 뿐이며, 미국에서 생산과 판매를 진행하고 세금도 주로 미국 정부에 납부한다. 단지 앨라배마 공장에서 만들어진 이윤이 현대차 자본의 이윤으로 계산될 뿐이다. 본래 자본에게는 국적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윤(율)만을 쫓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앞에서 살펴본 한국 자동차산업 자본의 사례를 살펴보자.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기아차 자본은 중국과 미국에 생산공장을 증설하고 현지생산을 늘리고 있다. "여기에서 차를 팔고 싶으면, 이곳에 공장을 지으라!" 다시말해 해외시장 개척을 대가로 중국과 미국에서 고용을 창출하라는 것이다.
서유럽의 유력한 완성차 메이커들 또한 중국과 미국에 생산기지를 늘리고 있지 않은가. 심지어 이탈리아 최대의 자동차 메이커인 피아트(FIAT) 자본은 최근 이탈리아 경총에 해당하는 CONFINDUSTRIA 탈퇴를 강행하기도 했다. 미국발 금융위기 직후 부도 앞에 직면한 '빅3' 중 하나인 크라이슬러가 피아트에 인수되었는데, 이를 계기로 피아트 자본은 더 이상 이탈리아 자본이 아니라는 것이다. 미국 언론들은 "피아트가 미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FIAT Come back to America)"라는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즉, G20의 나머지 18개국은 G2 시스템을 공고히 하기 위한 '마당'이다. 이곳의 내수 시장은 앞으로도 계속 쪼그라들 것이며, 이곳에 기반을 둔 자본가들은 중국으로, 미국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게 된다. 한편으로 중국과 미국 시장이 매력적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노골적인 미·중 정부의 압력과 정책 때문에 이러한 현상은 더욱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최근 '환율전쟁'이라는 이름까지 붙을 정도로 변덕스러운 환율 문제로 인해, 점점 더 제조업 자본가들은 해외생산기지를 지어서 그곳에서 생산과 판매를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게 된다. 현지생산 현지판매를 할 경우에 환율변동의 위험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과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G20 국가의 제조업이 해외로 빠져나가게 되어 국내 고용이 줄고 실업률이 늘어난다. 노동자들의 호주머니가 텅텅 비어가게 되니 내수 시장이 활성화될 리 만무하다. 한국·일본·유럽 각국의 내수 시장이 거의 동시에 쪼그라들고 있는 현상은 우연이 아니다.
G20의 외곽에서는 무슨 일이?
상황이 이렇게만 진행된다면 G2 시스템을 만들어 주느라 G20의 나머지 18개국 경제가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가 된다. 하지만 이들이 달리 'G20'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던가? 제 살 길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수단들을 동원하게 된다. 우선 이 국가들은 살아남기 위해 서로가 서로의 시장을 빼앗기 위해 경쟁하게 된다. 한국만 해도 지난 몇 년 사이에 한미 FTA, 한-칠레 FTA, 한-EU FTA 등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도대체 몇십 개 국가들 사이에서 진행되었는지 셀 수조차 없지 않은가.
하지만 이러한 길만 선택해서는 결국 18개국 경제 중 약한 곳부터 먼저 무너지게 될 뿐, 전체가 공멸하는 것 역시 시간문제가 된다. 그래서 이 국가들은 G20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 이를테면 중동/아프리카/중남미 대륙의 시장 쟁탈전에 나서게 된다. 그냥 넘겨 짚어보는 가설 수준이 아니다. 이 역시 구체적인 근거자료를 통해 확인해볼 수 있다. 아래 그래프는 현대차 국내공장에서 생산되는 차종 중 수출물량들이 어느 대륙으로 수출되는가 하는 것을 월별로 그려본 것이다. 맨 앞에서 그려보았던 현대차 판매량 그래프를 참조해보면,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수출물량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아래 그래프를 보면 수출물량 확대에 가장 크게 기여한 곳은 (G20의 대다수가 위치한 미국·중국·유럽 시장이 아니라) 놀랍게도 중동/아프리카와 남미 시장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해외 수출물량 정보는 현대차 홍보사이트(http://pr.hyundai.com) '판매정보'에 나온 수치를 사용했음.)
그렇다면 이제 세계경제의 흐름을 다음과 같이 요약해볼 수 있다. 세계경제는 점점 G2(중국과 미국) 시스템으로 수렴되고 있으며, 생산과 소비 또한 G2로 빨려들어가고 있다.
G20의 나머지 국가로부터 상당량의 자본이 G2로 들어가면서 국내 고용과 내수가 위축되게 되며, 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은 수출뿐이어서 서로의 시장에서 경쟁하거나 혹은 G20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시장 쟁탈전뿐이다.
G20을 제외한 나머지 국가들의 시장이란 결국 G20에 비해 공업이 덜 발전한 나라들이 될텐데, G20 자본가들의 무자비한 수탈은 결국 이들 나라들의 재정적자를 늘리고 국가부도를 불러오게 될 것이다. 따라서 경제가 먼저 무너지는 쪽은 G2나 G20이 아니라 그 밖의 나라들이다. 이 공식에 입각해보자면 미국발 금융위기에 이어 지난해 말부터 벌어진 유럽의 재정적자·국가부도 위기는 결국 덜 발전한 나라들로 전가될 것이다. 두바이 다음이 유럽이었다면, 유럽 다음은 덜 발전한 국가들이라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환율전쟁'으로 나타나는 세계 경제의 본질적 흐름이다. 위안화와 달러화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처럼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자국의 통화가치를 의도적으로 떨어뜨려 수출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는 무역전쟁이다. 여기서 미국은 아주 유리한 지위를 갖고 있는데, 자국 통화인 달러화가 세계기축통화로 사용되기 때문에 달러를 대량으로 찍어내어 시장에 풀기만 해도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는 달러화에 자국 통화인 위안화를 사실상 고정시킴으로써 위험을 피해왔다.
그러다보니 미국은 달러화 가치를 하락시키는 것만으로는 중국과의 경쟁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에 위안화가 저평가 되어 있다며 평가절상을 하라고 압력을 넣고 있는 것이다.
언제까지나 총성없는 전쟁일까?
총성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평화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게다가 G2 시스템의 속성상, 미국과 중국은 단일패권을 차지하기 위한 각축전을 벌일 텐데 말이다. 현재 유럽에서 조용히 한 가지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바로 '채무조정'이라고 하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에 직면하자 "결국에는 유로존 내에서 국가들과 은행들 사이에 채무조정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채무조정'이란 어려운 말을 이렇게 설명해보자. 개인이 파산하게 되면 그가 진 빚 총액을 놓고 은행과 "얼마 갚는 것으로 합시다" 하는 협상이 국가들과 은행들 사이에서 벌어진다는 것이다.
이것을 '실험'이라 한 이유는 간단하다. 협상 당사자들 중 어느 한 당사자라도 "배 째라"라고 엎어지면, 다른 당사자들이 손해를 감수하고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협상 자체가 깨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개인들 간의 협상도 아니고 국가들과 은행들 사이의 협상이기 때문에, 여기서 열 받고 감정 생기면 주먹다짐 수준이 아니라 총성과 미사일이 오고가는 전쟁도 불사하게 된다. 그래서 유럽에서 지금 벌어지고 있는 것은 '실험' 단계이다. 과연 국가부도 사태를 '채무조정'이라는 평화로운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 말이다. 만일 이러한 실험도 거치지 않고 '채무조정'이라는 수단이 지금 당장 G2, 즉 미국과 중국 사이에 적용될 경우 일이 잘못되면 지구촌 전체가 끔찍한 위험 앞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20세기 말부터 '세계의 소비자' 미국은 늘어나는 재정적자·무역적자에 허덕이고 있고, '세계의 공장' 중국은 생산품을 소비해줄 미국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다시 미국 국채로 바꿔왔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 국채의 최대 보유자가 되어 있는데, 현재 추세대로 미국 정부가 재정적자·무역적자에 시달릴 경우 미국 정부가 선택할 수단이 뭐가 있겠는가? 자신이 가장 큰 빚을 지고 있는 중국에게 '채무조정' 하자고 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는가?
시장쟁탈전에 나선 세계 자본주의 체제를 평화적으로 구원할 수 있는 길? 안타깝게도 그 길은 지뢰밭이다. 어느 한 곳에서 수를 잘못 놓거나 발을 잘못 들여놓으면, 꽈과꽝~ 전쟁이 터지고 마는 지뢰밭…. 그렇다면 우리가 선택해야 할 길은 무엇일까? G20 정상들이 세계의 평화를 위해 자발적으로 나서서 원만하게 해결하는 것? 언감생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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