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4당 및 무소속 의원 32명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전면재협상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 하원 의원도 일부 참가한 한미 의원 공동 성명이다. 미국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11월 중순 이전까지 한미 FTA 재협상을 추진하고 있다.
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이정희 민주당 정동영, 천정배 최고위원,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 등은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서를 발표한 후, 한국과 미국의 의원 공동명의로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이명박 대통령에게 관련 서신을 발송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국 의원이 특정 현안과 관련해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해영 한신대 교수가 말했다. 공동 성명에 참여한 한미 의원들은 양국 정상이 G20 정상회의를 전후로 한미 FTA 통과에 속도를 내려는 것에 제동을 걸고자 하는 목적이다.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미국 행정부가 주장하는 자동차, 쇠고기 등의 조항을 수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국이 겪은 경제위기 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한-미 FTA의 재협상이 필요하다며 "기업들의 이해를 유권자의 이해보다 더 중시하는 FTA는 야합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들 의원은 "한미 양국 의원의 공동성명 발표는 미국의 정치일정(11월 2일 미 의회 중간선거)을 고려한 일차 행동"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양국 행정부의 FTA 논의 결과에 따라 적절한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무역협정은 협정 당사국 간의 공정하고 균형있는 경제적 교류를 촉진해야 한다"며 "빈곤을 줄이고 경제 정의를 지지하며, 건강한 공동체를 촉진하고 인권을 신장하고 환경을 보호하는 도구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현 한-미 FTA 협정은 공중보건과 식품안전, 노동자와 농민, 환경, 공공서비스 등에 관련된 국가의 공공정책을 위협하는 제도라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특히 투자자-국가 분쟁 제도(ISD)와 제외품목 열거(네거티브 리스트) 방식의 서비스 개방 조항을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았다.
이번 성명은 새로 들어선 민주당 지도부의 앞길에도 파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7명의 지도부 가운데 정동영, 천정배, 조배숙 최고위원이 서명했고, 현직 의원이 아니어서 명단에서 빠진 이인영 최고위원도 비슷한 입장이다. 반면 한미 FTA 찬성론을 폈던 손학규 대표는 전면 재협상에 부정적이고 정세균 최고위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한미 FTA 문제를 계기로 민주당 내부에 심각한 노선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이 농후해 진 셈이다.
이번 성명에 참여한 한국 측 의원은 강창일, 김성순, 김영진, 김재균, 김진애, 김춘진, 문학진, 박은수, 박주선, 신건, 안민석, 유선호, 이낙연, 이미경, 이윤석, 이종걸, 장세환, 정동영, 조배숙, 주승용, 천정배, 최규성, 최문순, 최철국 의원(이상 민주당), 강기갑, 곽정숙, 권영길, 이정희, 홍희덕 의원(이상 민주노동당), 유원일 의원(창조한국당), 조승수 의원(진보신당), 유성엽 의원(무소속)이다. 미국에서는 5일 현재 세입세출위원회 소속 의원 등 총 20여 명의 의원이 참여하고 있다고 기자회견 주최 측은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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