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와 야당 인사들이 간접고용과 파견제 폐지를 위한 공동 농성을 시작하면서 연 기자회견에서도 이 진풍경은 또 한 번 반복됐다. 이들이 기자회견을 연 장소 바로 옆에서 "노사관계 선진화로 기업경쟁력 강화" 등이 적힌 팻말을 든 현대차 사원들이 비슷한 인원수로 늘어선 것.
이백윤 사내하청지회장은 "평소에는 용역 직원 두세 명만 팻말을 들고 서 있다가 기자회견이나 집회를 하면 저렇게 사원들이 직접 나온다"고 설명했다. 사측 및 용역 직원들은 본사 앞 이외에도 길 건너편 코트라 앞 등에 두세 명씩 모여 음주운전 근절 등의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서 있었다.
이는 지난 10일 해고 노동자들과 서초경찰서와의 합의에 따른 결과다. 현대차는 기초질서 준수 캠페인 등으로 본사 주위의 집회 신고를 선점했고, 서초경찰서는 선착순으로 집회신고를 받으면서 사실상 해고 노동자들의 집회 신고를 차단해 왔다. 이에 해고 노동자들은 지난 9일 서초경찰서 앞에서 집회를 열고 집회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고, 그 결과 본사 주변의 일부에 대한 집회 신고를 인정하고 사측이 신고한 집회가 실제로 열리는 비율이 적으면 집회신고를 취소하기로 합의했다. 사측 직원들이 집회신고 장소에 조를 나눠 늘어서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30일 서울 서초 현대자동차 앞에서 동희오토 사내하청지회들이 기자회견을 열자 현대차 직원들이 '노사관계 선진화' 캠페인 등 맞불 집회로 맞서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현대건설 인수 '실탄', 우리가 갖다준 것"
이날 해고 노동자들과 공동농성을 시작한 참석자들은 현대차가 맞불 집회보다는 간접고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데 노력을 더 기울이라고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김종민 서울시당 위원장은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처럼 동희오토 노동자들은 기아의 모닝을 만들어 전 세계로 수출되는 걸 보면서도 현대차를 자기 회사라 부르지 못한다"고 말했다.
진보신당 신언직 서울시당 위원장은 현대차 측 사원들이 두르고 있는 어깨띠를 가리키며 "저 띠에 '노동법 준수'라는 문구가 있는데 참 고마운 일이다. 현대차가 자행하는 불법파견을 금지하는 요구를 (사원들이) 지지하고 있는 셈"이라고 비꼬았다.
이 지회장은 "현대건설 인수전에 현대차가 뛰어들면서 수천억 원의 '실탄'을 동원할 수 있다고 큰소리치는데 그 돈을 누가 갖다줬나"라고 물으며 "바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을 받으며 모닝 만들어서 갖다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980~1990년대 방식의 노동자를 착취하는 경영도 모자라 (농성단을) 구둣발로 짓밟는 전근대적인 탄압을 하고 있다"며 "우리들은 복직되는 날까지 결코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은 기자회견이 끝난 후 곧바로 현대차 본사 옆 하나로마트 앞에서 농성에 들어갔다. 이날 저녁에는 전태일 사후 40주년을 맞아 '전태일 비정규노동자와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촛불문화제가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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