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사회적 논란이 됐던 키코(KIKO) 피해업체들에 대한 실태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지원도 더디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키코는 환율하락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통화파생상품으로, 원화강세 우려가 높았던 지난 2006년~2007년경 많은 기업이 가입했다. 그러나 2008년부터 환율이 급등하자 반대로 가입기업들이 큰 손실을 봐 사회적 문제가 됐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는 '최근 KIKO 손실기업의 현황과 지원방안'이라는 보고서에서 이와 같이 밝히며 "관련 재판이 종료될 때까지 기업의 원활한 자금지원을 위한 한시적인 보증 확대를 고려할 만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키코로 인해 손실을 입은 중소기업 140여 곳은 거래은행을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키코 문제는 2008년 당시 정부가 피해기업에 대한 중기지원 패스트트랙 프로그램을 발표하고, 은행들이 '키코 계약은행 협의회'를 구성해 기업 지원 방안이 대두됨에 따라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 듯했다. 그러나 오히려 이와 같은 지원이 기업들을 더 옥죈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았다.
당시 시행된 패스트트랙은 은행이 기업으로부터 받아야 할 키코 결제 대금을 대출로 전환시켜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라, 결과적으로 키코 손실액이 기업의 미지급채무로 남았다. 기업으로서는 부채가 늘어나 은행 대출이 오히려 더 어려워진 셈이다.
입법조사처는 "많은 중소기업들이 키코 계약을 일반 대출로 전환해 이에 따른 은행의 추가담보 요구와 여신 조기 회수로 인해 어려움에 봉착했다"며 "(중소기업과 은행 간) 법정다툼이 커지면서 은행은 기존 대출금 회수 등의 압박으로 해당기업에 고소 취하조치를 강요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키코로 손실을 입은 기업은 신용도 하락에 따라 최대 이자율을 19%까지 적용받아 신규 대출이 불가능하다"며 "당장 경영안정자금을 마련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조사처는 "올해 말까지 패스트트랙 지원을 연장하기로 한 것 외에는 키코 손실기업들에 대한 지원책은 전무한 실정"이라며 "도산하고 있는 중소기업을 어떻게 살려낼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우선시 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최근 정부가 강조하는 대-중소기업 상생을 예로 들며 대기업의 중소기업 지원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키코 피해기업들의 협의단체인 키코 피해기업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에 따르면 키코 피해업체 수는 작년 7월을 기준으로 471개 업체에 달하며, 이들 기업의 피해액은 2조4000억 원에 육박한다. 그나마 은행과의 관계를 고려해 피해 손실 상황을 밝히지 않은 기업이 많음을 감안하면, 실제 피해 기업은 1000여 곳에 달하리라는 게 공대위의 주장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