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부가 2011년 최저생계비를 올해보다 5.6% 오른 143만9413원(4인 가구 기준)으로 결정하고 지난달 31일 고시했다. 인상률을 둘러싸고 정부와 관련단체의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최저생계비의 현실화를 위한 생계비 계측방식의 재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5일 정책보고서에서 "최저생계비의 상대빈곤선을 전체 근로자가구 평균소득의 40% 수준으로 설정했다면 2011년도 최저생계비는 143만9413원이 아닌 164만8723원이 됐을 것"이라며 "지난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에서 올해 생계비를 '상대빈곤선을 고려'해 결정하도록 의결했으면서 또 다시 기약 없는 논의과제로 넘겼다"고 비판했다.
최저생계비 인상률이 지난해 2.75%보다 2배 이상 높았지만 보고서는 "물가인상률만을 감안해 결정되는 비계측연도의 낮은 인상률의 영향으로 높게 인상된 듯 보일 뿐"이라며 "지난해는 제도 시행 이후 가장 낮은 인상률이었고 올해처럼 실계측이 반영된 해의 인상률과 비교하면 평균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보고서는 실제 계측에 따른 생활실태조사 결과에 대해서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새로 반영된 항목인 휴대전화의 경우 4인 가구 기준 1인당 6418원으로 결정됐지만 중생보위는 휴대전화가 추가되면 집 전화는 줄어들 것이라며 통신비를 감액했다.
가구 집기의 경우 후라이팬 1개가 추가되면서 233원이 늘었을 뿐이고, 설과 추석에 친지를 방문하는 비용은 단 1667원에 불과했다. 보고서는 "이조차 친지를 방문하니 집에서 식사를 하지 않게 된다며 식료품비에서 가정식 비용은 절감시켰다"며 "이러한 문제는 몇몇 개별 품목의 현실성 여부를 넘어 계측방식 자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중생보위 전문위원회에서 중위 가계지출을 기준으로 삼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하지만 소비는 개인이나 가구의 선호도에 따라 차이가 크고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들이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에 어느 정도 합의되고 있음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가구 소득 분포의 중간값인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삼을 경우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평균 소득보다 낮게 나타나 최저생계비 역시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제시한 표에 따르면 2010년 4인 가구 중위소득 추정치를 기준으로 40%를 최저생계비로 책정하면 146만8080원에 불과하지만 평균소득을 기준으로 삼으면 164만8723원으로 늘어난다. 현재보다 약 20만9301원이 늘어난 셈이다.
보고서는 "최저임금 대비 최저생계비 비중이 2005년 67.6%에서 2011년 54.6%까지 낮아지는 것은 최저임금이 높아져서가 아니라 최저생계비를 '입에 풀칠 정도 할'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일을 해도 가난한 근로빈곤상태를 벗어날 수 없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인상률은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정책의 허구와 '빈곤한 빈곤정책'이 보여준 지표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한국보건사회연구소가 5일 발간한 보건복지포럼 9월호에서 김문길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최저생계비 수준에 대한 일반인과 수급자의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하고 "최저생계비 수준이 실질적인 생활수준을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돌아볼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조사 대상자들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생계비로 4인 가구 기준 178만5000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실제 최저생계비와 '주관적 최소생계비'의 차이는 예전 조사에 비해 좀 더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는데 보고서는 이에 대해 "해마다 최저생계비 증가율 수준이 평균소득 증가율 수준에 미치지 못해 실제 생활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맥락을 같이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 결과 수급가구의 91.1%는 현재 소득과 기초생활보장 급여로 생활하기에 부족하다고 답했다. 자신들의 소득과 재산에 대해 사회복지전담공무원이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48.5%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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