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화면으로
진보 야권, 뭐하고 계십니까?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밴드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정기후원

진보 야권, 뭐하고 계십니까?

[김종배의 it] MB는 '친서민'ㆍ'공정사회'로 재미 보는데…

2008년 10월 리먼 사태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발한 지 1년 가까이 됐을 때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 중도실용'이란 아젠다를 들고 나왔다. 다시 1년 후 이명박 대통령은 '공정한 사회' 아젠다를 던졌다.

효과는 쏠쏠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친서민'으로 지지율을 50%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공정한 사회'도 마찬가지다. '중앙일보'가 지난 16~18일 전국의 성인 남녀 201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44.3%였다.

진보세력은 '쇼' 또는 '이벤트'라고 비판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를 정치적 곤경을 모면하기 위한 정치적 레토릭 정도로 치부한다.

맞다. '친서민' 아젠다가 노무현 서거국면과 김대중 서거국면의 경과점에서 나왔고, '공정한 사회' 아젠다 역시 6·2지방선거 참패 뒤끝에 출시된 점을 볼 때 그 같은 혐의점을 떨쳐낼 이유는 전혀 없다. '친서민'과 동시에 천성관 사태가 터졌고, '공정한 사회'와 동시에 '유명환 딸' 특채 파문이 불거진 점까지 고려하면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는 '속빈 강정'이라고 비판해도 무방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할 수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는 여전히 살아있다. 정국을 반전시키고 위기를 돌파하는 동력으로 기능한다. 왜일까?

물량공세 때문일까? 언론을 통해 아젠다를 끊임없이 확대재생산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면도 있을 것이다. 아젠다가 유행을 탄다면, 유행은 반복에서 비롯되는 것이니까. 하지만 이것만으론 모든 걸 설명할 수 없다. 백문이불여일견이라고, 체험을 뛰어넘는 홍보는 없다. 국민은 홍보 이전에 '천성관'을 보고 '유명환 딸'을 봤다.

다른 면을 봐야 한다. 못 미더우면서도 끝내 버리지 못하는 국민의 심저다. 고단한 살림살이에서 비롯된 기대감이다.

'친서민'과 '공정한 사회'를 글로벌 금융위기의 반사체로 이해하면 헤아릴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가 위기국면에 빠져들고 국가의 시장개입 필요성이 점증하는 상황이 그 같은 아젠다를 낳았다고 파악하면 가늠할 수 있다. 진정성 여부와는 별개로 핀트 조절만은 정확했다는 사실을, 그 핀트가 국민의 심저에 닿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치적 레토릭 면에 국한해서 보면 이명박 대통령(의 비서진)은 현존하는 그 어떤 정치인보다 앞선 감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오해를 살지 모르겠다. 이 같은 진단이 '엠비어천가'로 비쳐질지 모르겠다. 그게 아니다. 이렇게 진단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는 성공하기 어렵다. "자칫하면 좌우대립축의 중간영역 적당한 곳에서 인기영합주의적이거나 기회주의적인 정책을 추진하기 쉽다"는 정정길 전 대통령실장의 지적에 힘입어 하는 말만이 아니다. 증좌도 있다.

지방선거 때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야권의 무상급식 공약을 내쳤다. 친서민 중도실용을 외치던 그들이 '친서민'을 홍보할 수 있는 실용정책을 거부했다. 그러다 이제 와서야 중산층까지 아우르는 '친서민' 정책을 내놓는다. 중산층 보육료까지 국가가 책임지겠다면서 생색을 낸다.

이게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엔 레토릭만 있을 뿐 뿌리는 없다. 더불어 증명한다. 중산층 보육료 지원에 대해 핵심 지지기반인 보수언론이 '좌향좌'로 평하는 것이 증명한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도실용 아젠다는 "정치적 현실로도 제약이(정정길)" 있다. 좌우대립축에서 먼저 보수파에 의해 기회주의적 정책으로 공격 받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다는 아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아젠다가 기회주의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해서 그것이 곧 진보세력의 우월을 증명하지는 않는다.

진보세력은, 진보 야권(민주당 전당대회 주자들도 대부분 진보임을 자처하니 일단 포함시키자)은 이명박 대통령과는 정반대의 문제를 안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초호화 이벤트에 걸맞은 명품을 출시하지 못한다면 진보세력은 히트상품에 어울릴 법한 이벤트를 창안하지 못한다. 무상급식 성공사례에 힘입어 복지를 강조하고 진보를 운위하지만 거기서 멈춘다. 논의만 무성할 뿐 무상급식 후속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복지·진보와 같은 추상어를 대체할 생활어를 개발하지 못한다. 흔히 얘기하는 정치적 비전, 정치 프레임을 만들지 못한다. 진보 야권엔 컨텐츠도 없고 기획력도 없다.

박정한 평가가 아니다. 진보 야권의 히트상품인 무상급식 공약이 김상곤 경기교육감의 정책에서 빌려온 것이라는 점을 참조하면 결코 박정한 평가가 아니다. 한가한 지적도 아니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따뜻한 보수' '복지국가론'을 '열공'하고 있다는 점을 참조하면 결코 한가한 지적이 아니다.

보수정권마저 '친서민'을 외칠 정도로 진보적 복지정책이 블루오션을 형성하고 있는데 진보세력은 여전히 도랑물에서 '개헤엄'을 치고 있다. 강조하고자 하는 건 바로 이점이다.
▲ 이명박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공정한 사회' 아젠다를 내놨다. ⓒ청와대

* 이 글은 뉴스블로그'미디어토씨(www.mediatossi.com)'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기사의 구독료를 내고 싶습니다.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1,000 원 추가
-10,000 원 추가
매번 결제가 번거롭다면 CMS 정기후원하기
10,000
결제하기
일부 인터넷 환경에서는 결제가 원활히 진행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343601-04-082252 [예금주 프레시안협동조합(후원금)]으로 계좌이체도 가능합니다.
프레시안에 제보하기제보하기
프레시안에 CMS 정기후원하기정기후원하기

전체댓글 0

등록
  • 최신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