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 방법도 간단하다. 포털에서 이름난 소셜 커머스 사이트에 접속하면 리조트·콘도 예매권부터 화장품·공연티켓·레스토랑 쿠폰까지 다양한 상품을 평균 50% 이상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단, 해당 사이트에서 정한 최소 인원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예컨대 최소 판매 인원이 100명일 경우, 정해진 시간까지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모두 환불된다. '낙찰'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트위터나 미투데이, 페이스북 등 SNS 서비스를 이용해 상품을 알리는 작업이 따라야한다. '소셜'이란 단어가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들은 상품을 싸게 구입할 수 있어서 좋고, 상품을 제공하는 업체는 이를 통해 홍보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소셜 커머스 업체는 중간에서 중개료를 챙긴다. 소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해 진입장벽이 낮다. 비슷한 홈페이지가 여러 개 등장하면서 소셜 커머스를 위한 포털 사이트까지 생기는가 하면, 벌써부터 과열 양상을 빚으면서 소비자 피해 우려도 나온다.
한편으론 SNS 서비스에 다른 연령층보다 쉽게 동화되는 청년층에게 소셜 커머스는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창업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19일 문을 연 소셜 커머스 사이트 '텐어클락'(www.tenoclock.co.kr)은 임직원 7명의 평균 연령이 25살에 불과하다. 휴학 중인 대학생부터 대학원생까지 아직 학업을 마치지 않는 이들도 상당수다. '개미지옥'에 비유되는 취업 경쟁에서 빗겨나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27일 학위수여식이 열리던 이화여대 근처 카페에서 들어보았다.
"청년 창업 지원? 차라리 취업 동아리가 쉬워보여요"
소셜 커머스가 성공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건 뭘까? '입소문'이다. 평균 24시간 안에 100명의 구입자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홍보방식으로 무리인 측면이 있다. 단시간에 여러 사람이 볼 수 있어야 하고, 첨부된 링크를 통해 구매 페이지로 넘어가서 단시간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트위터와 같은 SNS 서비스가 좋은 홍보 수단이 된다.
이들은 홈페이지를 개설하기 몇 달 전부터 트위터에 계정을 만들었다. 소셜 커머스의 개념을 알리고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 정보를 직접 듣기 위해서였다. 오픈 1주일이 갓 지난 홈페이지에 가입한 회원은 400명이지만 트위터(@ten_oclock)를 팔로하는 이들은 2000명이 넘는다.
"기대감을 먼저 높이는 게 중요했어요. 자본금이 적은 상태에서 가장 좋은 반응을 얻는 방법이었죠. 오픈 직전에 팔로 수가 1300명 정도 됐었는데 이들을 위해서 지난 15일에 친한 인디 밴드를 초청해서 기념 파티를 열기도 했죠." 텐어클락 대표이자, 대학생 시절부터 인디밴드 생활을 하고 있는 정준규 씨(29세)의 말이다.
▲ SNS '붐'을 타고 생겨난 소셜 커머스 사업에 청년들이 뛰어들었다. ⓒ프레시안(김봉규) |
하지만 트위터로 돈이 모이는 건 아니다. 벤처 사업이지만 창업을 위해선 초기 자본금이 필요하다. 청년 실업의 해법으로 '벤처 창업'을 일관되게 제시하고 있는 이명박 정부이니만큼 이들이 자금을 만드는 게 무리도 아닌 듯싶었다. 하지만 홍보팀장을 맡고 있는 강혜원 씨(26세)는 고개를 저었다.
"이 사업이 미국에서 처음 시작됐기 때문에 사업 추진 단계에서 아는 외국분이 대표로 있었어요. 외국인이 창업하는 형태라 자문을 구해보려 했는데 정부의 '바이코리아'와 같은 기관을 찾아도 기존 외국기업이 현지 법인을 세우는 게 아닌 소규모 창업 형태여서 그런지 별다른 지원책이 없더라고요.
서울시에서 창업 돕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공모를 해보려고 했는데 의외로 준비과정이 복잡했어요. 사이트 오픈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병행이 힘들었죠. 지금도 찾아보고 있는 중이지만 지원 대상에 적용이 안 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서울시의 경우 서울 거주자가 몇%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식으로 기준이 약간 비현실적이었어요. 아이디어를 시험해 보고픈 창업 동아리의 경우에는 차라리 공모가 쉽지만 우리처럼 진지하게 사업 준비를 하고 영업을 뛰면서 지원 절차를 밟기가 쉽지 않았어요."
'패자 부활전'이 없는 20대, 그들이 꿈꾸는 '소셜 커머스'는?
새로 뜨는 사업이라지만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미 한 달여 전부터 생겨난 비슷한 사이트가 많아 오픈 시점이 늦은 이들로서는 상품의 선정이나 타깃층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 인터넷 쇼핑 사업에서 소비자 불만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현실에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안도 찾아봐야 한다. '텐어클락'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다른 사이트보다 2시간 먼저 새로운 상품을 내보낸다는 전략을 세웠지만, 그것으론 부족해 보인다.
"비슷한 사업을 하는 어떤 사이트는 '하이 클래스'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요. 상품의 구성이 고급스럽다보니 아무래도 가격에는 상대적으로 덜 신경 쓰는 이들을 대상으로 하죠. 우리는 우선 타깃으로 삼은 층이 20대 대학생과 30대 직장인, 그리고 여성으로 잡았어요." 외국에서 20여 년을 살다 최근 귀국해 회사에 합류한 기획팀장 김한상 씨(21세)의 말이다.
강 팀장이 거들었다. "아직까지는 전망에 그치고 있지만 대중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구매층을 보면 20대 대학생들이 많아요. 다른 사이트에서 호텔이나 수영장, 고급 스파, 요트 여행, 해외여행 등 평소에 체험하기 힘든 고급 상품을 주로 제시할 때 우리는 원래 가던 곳을 더 싸게 갈 수 있게 하자는 거죠. 가급적이면 2만 원이 넘지 않는 수준으로요."
정 대표도 한마디 했다. "제일 신경 쓰는 건 상품의 질이에요.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업체들과 계약을 하기 쉽지 않아요. 초창기에 '소셜 커머스'의 개념을 이해시키는 게 어려웠다면, 지금은 그게 뭔지는 다 알지만 다른 업체에서 먼저 찾아와 뺏기는 식이죠. 경쟁이 치열해지다보니 별 다른 검증 없이 리스트에 올리는 곳도 간혹 있어요.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인지 검증하는데 신경을 쓰고 있어요."
유학생과 휴학생, 대학원생에서 뮤지션까지 골고루 섞여 있는 이들이지만 대부분이 한국의 20대와 비슷한 인생을 살아왔다고 말한다. 한때는 하고 싶은 일만 꿈꾸다 현실에 절망하고 '스펙 쌓기'에 몰두한 경험들, 패자 부활전이 없는 한국 사회에서 '도전'이 주는 위험 역시 함께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 꿈을 묻기에는 아직 늦지 않았다는 생각에 마지막 질문을 던져 보았다.
"우리 같은 경우가 다른 모든 20대들이 따라가야 할 길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우연히 기회가 왔고, 우연히 만나 함께 일을 시작하게 된 거죠. 처음엔 시험 삼아 해보는 마음도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들 '내 일'이 됐죠. 어떤 회사는 몇 억 원씩 투자를 받아서 사업을 확장한다고 하지만, 그런 기회는 우리가 만들어내는 자산이 아니잖아요. 일확천금보다는 긴 호흡을 갖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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