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4인 가구 기준 최저생계비가 올해보다 5.6%포인트 오른 143만9413원으로 결정됐다. 보건복지부는 이명박 정부의 '친서민' 기조가 반영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인상률이라고 자찬했지만, 최저생계비 현실화를 주장해온 시민단체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는 반응이다.
복지부가 25일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인상률 5.60%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도입된 이래 2004년 7.7%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2.75%에 비하면 두 배 이상 오른 수치다. 하지만 지난 2004년, 2007년에 이어 실제 계측조사를 통해 결정된 생계비임을 감안하면 과거 계측년도 평균(6.2%)에도 미치지 못해 평균 소득수준과 계속 벌어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한 결정은 아니었다는 평가다.
이번 인상률의 근거를 보면 2004년부터 생계비 포함 여부를 놓고 줄다리기를 해왔던 휴대전화 항목이 포함됐다. 하지만 4인 가구 기준 월 2만5670원에 불과해 현실을 제대로 반영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를 남겼다.
또한 "빈곤의 대물림을 차단하고 자녀교육을 뒷받침하기 위해" 도입했다는 아동 교육분야 지원 확대의 내용 역시 수련회비 지원 인원을 아동 1명에서 2명으로, 아동 도서 및 문제집 구입권수를 각각 연간 2권에서 4권, 학기당 1권에서 2권으로 늘리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달 '최저생계비로 한 달 나기' 체험 행사를 벌이면서 현실화를 요구했던 참여연대가 이날 "복지부의 자화자찬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라고 반발한 이유다.
비계측년도엔 물가상승률 자동 반영…"빈곤층 특수성 감안 안 해"
문제는 앞으로도 이런 '생색내기식' 최저생계비 결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데 있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중생보위)는 지난해 최저생계비 결정 과정에 중위소득 등의 기준을 정해 상대빈곤선을 도입하겠다고 의결했지만 올해 다시 "전환 시점에 관해 전문위원회에서 검토하고 보고한다"라며 유보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복지부는 앞으로 실제 계측을 하지 않고 최저생계비를 결정하는 비계측연도에는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자동으로 반영하는 것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혔다. "비계측년도에는 물가를 반영해온 과거 경향을 고려했다"는 이유를 달고 있지만 앞으로도 물가상승률 이상의 인상을 하지 않겠다는 말과 마찬가지다.
참여연대는 "복지부를 비롯한 정부가 최저생계비 논의를 이제껏 '소모적인 논의' 쯤으로 봐온 것"이라며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피해가 커지는 빈곤층의 실태를 감안해 물가 상승률보다 최저생계비를 더 높게 인상해왔던 전례를 볼 때 이런 '자동인상제'는 빈곤층의 특수성을 더 감안할 여지마저 없애는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러한 결정에 예외조항을 둬 물가가 폭등하는 경우 인상률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 것 역시 "예산 짜맞추기를 위한 독소조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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