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는 19일 이와 같은 내용이 담긴 청원서를 내며 "대규모 유가증권 인수를 통한 기업결합 결정은 회사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어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9월 국회에서 관련 상법을 개정하자고 청원했다.
무슨 내용 담았나
경제개혁연대가 제안한 입법 개정안을 보면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기업이 자기자본의 50% 이상에 달하는 자산을 주식양수도(주식 인수 혹은 양도)에 활용할 경우, 그 수익 전망과 위험에 대한 정보를 모든 주주에게 공지하고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받도록 했다. 상법 542조에 이런 내용을 담은 13항을 신설하자는 게 청원의 뼈대다.
예를 들어 특정 상장사가 기업 성장이나 시장 지배력 강화 등의 목적으로 다른 기업을 인수키로 했다면, 이사회 결의보다 더 강한 구속력을 가진 주주 동의를 얻도록 한 것이다.
현행 상법은 '상법상 중요한 자산의 처분 및 양수도'시 이사회 결의만으로 결정이 가능토록 했다. 다만 '영업 양수도'는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통과하도록 규제해뒀다.
영업 양수도란 대상 기업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 않고, 기업의 특정 영업관련 자산만 양수도하는 방식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당시 은행 통폐합 과정에서 인수 은행이 피인수 은행의 자산과 영업권 일부를 가져가는 식으로 구조조정이 진행된 바 있다.
다만 그 영업권과 관계된 인력을 포함한 모든 자산이 자동적으로 양수도 대상이 되기 때문에, 인수기업의 경우 기존 기업의 노사관계, 고용유지의무 등도 그대로 인계하게 된다. 최근 기업들이 무한책임이 따르는 영업양수 대신 유한책임을 지는 주식인수를 선호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규모 주식거래는 실질적으로 대상기업의 모든 영업권까지 양수도 대상에 포함되는 결과를 낳으므로, 주식양수도에도 구속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게 경제개혁연대의 설명이다.
경제개혁연대는 또 대규모 자산 양수도 거래에 대한 주주총회 승인을 회피하고자 일정기간 동안 나눠 거래하는 편법적 방식이 동원될 것을 막기 위해 동일 주식의 양수도는 과거 1년 이내의 거래금액을 합산해 주주총회 특별결의 대상에 집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에 걸쳐 소규모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입해 결과적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경우에도 회사 주주들의 감시를 거치도록 보완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경제개혁연대는 "주주총회의 특별결의로 주식양수도를 결정하게 되면, 대규모 유가증권 인수에 대한 위험성을 주주 모두가 공유해 기업인수를 신중하게 결정할 수 있다"며 "경영진 역시 이사회 결의만으로 추진하는 경우에 비해 잘못된 의사결정으로 인한 책임이 줄어든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같은 방식은 영국이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상장규정을 보면 프리미엄 상장 기업의 경우 피인수회사 자산/인수회사 자산, 피인수회사 이익/인수회사 이익, 피인수회사 총자본/인수회사 총자본, 인수비용/인수회사 시가총액 비율 중 하나라도 25% 이상에 해당하면 '중요한 거래(Significant Transactions)'로 규정해, 주주총회 동의 없이는 거래를 실행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제안(50%)보다 훨씬 강력한 규제다.
영국 금융감독청(FSA)은 상장규정을 개정해 올해 4월 6일부터는 런던증권거래소(LSE) 주거래시장 상장 조건을 프리미엄 상장과 일반 상장 두 가지로 나눴다. 영국 기업 대부분은 프리미엄 상장한다.
왜 나왔나
경제개혁연대가 이와 같은 입법청원을 한 배경은 대규모 기업인수로 인한 부작용이 한국 경제 전체에 큰 부담이 되는 사례가 많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금호그룹의 유동성 위기다. 금호그룹은 지난 2006년 대우건설을 인수했고 2008년에는 대한통운까지 사들여 덩치를 키웠으나, 무리한 인수가 그룹 전체에 부작용을 몰고와 최근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경영진의 잘못된 판단을 제어할 장치가 없어 주주와 채권자는 물론, 노동자와 하도급기업, 지역민까지 피해를 입게 된 것이다.
경제개혁연대가 금감원 자료를 바탕으로 제시한 자료를 보면, 당시 인수에 참여했던 계열사들은 자기자본 대비 최대는 300%가 넘는 인수비용을 끌어썼다. 그룹에 큰 부담이 올 수밖에 없었던 셈이다.
이런 부작용은 아남반도체를 인수한 동부건설, 해태제과를 사들인 크라운제과, 밥켓을 인수한 두산그룹 등에서도 나타났다. 경제개혁연대가 무리한 인수 후 후유증을 앓는 기업들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들이 기업 인수에 들인 순자산 대비 인수비용 평균은 115.32%에 달했다. 자기자본보다 더 많은 돈을 기업 인수에 퍼부었다가 후유증을 앓는 셈이다.
▲ ⓒ경제개혁연대 |
경제개혁연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대기업 중에서도 부실 심화로 구조조정을 고통을 겪는 사례가 많은데, 이들 중 상당수는 최근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외형확장 전략을 추구한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들은 인수 비용이 자기자본 대비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러한 대규모 유가증권 인수를 통한 기업결합 결정은 회사에 커다란 위험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매우 신중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