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액 자산가의 기부는 과연 선행으로 칭송받아야 하는가. 미국식 신자유주의를 따르지 않고 탄탄한 경제를 꾸려가는 독일의 부자들이 빌 게이츠로 대표되는 미국 거부들의 기부운동을 비판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독일 함부르크의 거부 페터 크레머는 8일자 시사주간지 <슈피겔>과 인터뷰에서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인 빌 게이츠와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의 워런 버핏 회장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사회에 기부하자는 취지로 지난 6월 출범시킨 '더 기빙 플레지(The Giving Pledge)' 캠페인에 대해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며 "독일의 부자들은 다른 기부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게이츠는 자신과 버핏 외에도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 창업자, 테드 터너 CNN 창업자 등 38명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키로 했다며 이 운동을 중국과 인도 등 전세계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게이츠의 권유에도 독일 거부들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크레머는 "미국에서는 기부액의 대부분이 세금공제되기 때문에 부자들은 기부를 할 것인지, 세금을 낼 것인지를 놓고 선택을 하게 된다"며 "부자들이 막대한 돈을 세금을 내지 않고 자선단체에 기부할 경우 그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정부가 아닌 극소수의 부자들의 결정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또 "이것은 문제가 있는 상황 전개"라며 "누가 그들(부자들)에게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결정할 권한을 주었느냐"고 반문했다.
이와 같은 지적에 동조하는 한 자산매니저도 <슈피겔>에 게이츠의 캠페인이 "지나치게 화려하다"고 비판했다.
부자들의 사회 기부 문제는 한국에서도 여러 번 지적돼 온 사안이다. 크레머의 지적대로 대기업이 세금을 내지 않고 마케팅 효과까지 누릴 수 있는 사회사업을 사실상 아무런 감시를 받지 않은 채 화려하게 시행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사회에서 얻은 이익을 공적 기구가 아닌 사적 재산으로 '선심쓰듯' 활용해 사회로 돌려준다는 문제를 안고 있으며, 이 때문에 많은 지식인들은 기부 활동이 신자유주의 체제를 보다 강화하는 장치로 쓰인다고 비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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