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은 13일 오전 10시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강정원 회장에 이어 KB금융지주 2대 회장에 공식 취임했다.
어 회장은 주총 직후 열린 취임식에서 "그 동안 회장 내정자 신분으로 업무보고를 받은 결과, KB금융 그룹의 실상은 비만증을 앓는 환자의 모습이었다"며 "수술과 개혁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어 회장은 그 근거로 비용 대 수익비율(Cost to Income Ratio)을 들며 "이 비율이 2005년 42퍼센트에서 작년에는 54퍼센트 수준으로 악화됐다"며 "비만증 증후가 지표로 나타난 부끄러운 실상이자 자화상"이라고 강조했다.
비용대수익비율이란 한 단위 수익을 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갔는지를 나타내는 경영지표다. 높을수록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갔다는 뜻으로, 그만큼 경영효율이 낮음을 입증하는 것으로 통용된다.
일반적으로 신임 회장들이 '글로벌화' 정도의 말을 한 것에 비해 매우 강한 표현을 쓴 점으로 미뤄볼 때, 어 회장이 '구조조정'을 직접 언급하지 않았다손 치더라도 만만치 않은 수술이 불가피할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유강현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어 회장 취임식에 앞서 열린 주총에서 발언권을 얻어 "최근 KB금융지주와 은행은 권력 실세들의 전쟁 놀이터가 됐다"며 "향후 (어 회장의) 직무정지 가처분 소송을 추진할 것"이라고 어 회장 취임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이는 정치권에서 나오는 반응과도 맞닿아 있다.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KB금융지주 2대 회장 선임 과정에서) 윤진식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대통령의 뜻'이라며 이철휘 사장 등 다른 후보들을 사퇴시키고 어 회장으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 회장은 회장추천위원장인 서울시립대 임모 교수를 찾아가 '청와대에서 결정됐으니 나로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국민은행 노조원 20여 명도 이날 본점 1층 로비에서 어 회장의 취임을 반대하는 농성을 한 뒤, 4층 주총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다가 청원경찰과 충돌해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국민은행이 실제로 우리은행, 외환은행 등 인수후보로 거론되는 은행을 삼킬 경우, 구조조정은 필연적이다. 국민은행 노조가 어 회장을 거세게 비판하는 이유에는 이런 문제가 포함돼 있다. 먼저 국민은행부터 구조조정을 한 후, 타 은행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략적인 관측이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 ⓒ뉴시스 |
어 회장은 그간 국내 은행 간 인수·합병으로 세계 50위 규모의 덩치를 가진 대형 은행을 탄생시켜야 한다고 꾸준히 강조해 왔다.
어 회장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 총장을 지냈다. 이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대표적인 '고려대 인맥'으로 주목받았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국금융학회장 등을 지내 차기 한국은행장 후보로도 끊임없이 거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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