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이 정 부회장과의 면담을 원한 이유는 최근 신세계가 추진하는 도매 유통업 진출 때문이다. 신세계는 지난 5월 말 중소기업청 등과 중소 슈퍼마켓의 공동구매 대행 사업에 참여하는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에는 일반 슈퍼에 상품만 공급하고 판매나 인테리어 등에는 관여하지 않는 볼런터리 체인(Voluntary Chain) 방식의 '에브리데이365' 사업을 공정거래위원회에 등록했다.
현재 입점한 신세계 이마트의 SSM이 11개에서 더는 늘어나지 않는 상황을 고려하면, 지난해 촉발된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으로 소매점 진출에 제동이 걸린 신세계가 중소 도매업 진출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풀이된다. 중소기업청은 업무협약 체결 당시 신세계의 공급망은 정부가 추진하는 '나들가게'에 한정된다고 밝혔지만 신세계의 추진 속도는 그 범위를 넘어서고 있다.
▲ 9일 서울 중구 신세계백화점 본점 입구 앞에서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 단체 대표들이 정용진 신세계 부사장과의 면담요청서를 신세계 측이 접수하지 않자 연좌 농성을 하고 있다. ⓒ프레시안(김봉규) |
전국유통상인연합회 등 중소상인 대표들은 이날 면담요청서 전달에 앞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영세 납품업자의 생존권이 SSM 진출로 인한 중소 소매업 축소와 신세계의 도매유통시장 직접 진출이라는 이중고로 압사할 위기에 놓여 있다"고 호소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신규철 중소상인살리기 전국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최근 중소상인의 위기를 △대형마트 확산 △SSM 진출 △가맹 SSM 출현 △도매유통 가맹점 진출의 4단계로 설명하면서 "유통기업이 4단계까지 진출하는 동안 정부와 여당의 대책은 2단계조차 넘어가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신 위원장은 "(신세계와 중소기업청의) 업무협약 체결 당시 일반 동네 슈퍼에 대한 이야기는 한마디도 없었다"면서 "하지만 신세계는 뒤로는 동네 슈퍼에 영업 사원을 보내 자사 브랜드(PB) 상품을 공급해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거래처를 바꾸도록 유도하고 다녔다"고 주장했다.
상인들은 중소기업청에 대한 분노도 감추지 않았다. 이휘웅 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은 "그동안 중기청이 강조하던 중소 소매업의 '바잉 파워'는 어디 가고 대기업인 신세계에 납품을 맡길 수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인태연 중소상인살리기 유권자연맹 공동대표는 "대기업청 노릇을 하는 중소기업청 해체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거들었다.
기자회견 후 면담요청서 전달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던 중소상인들은 결국 백화점 입구 안내판에 요청서를 끼워 넣고 자리를 떠났다. 곧바로 신세계 측 안내 직원이 요청서를 수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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