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이 거리는 먹을거리의 이동 거리이다. 매년 하와이는 약 4만2000마리의 소를 배워 태워 도축 전 비육을 위해 3500㎞ 떨어진 캘리포니아로 보낸다. 이 소에서 얻은 고기가 다시 하와이로 돌아왔을 때 그것은 지역 먹을거리가 아니다. 즉, 설사 인근에서 재배된 채소라고 하더라도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을 거쳐 온 것이라면 지역 먹을거리로 볼 수 없다.
최근에는 먹을거리 품목마다 다른 기준을 적용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즉 채소, 과일처럼 쉽게 변질되는 먹을거리는 '반경 50㎞ 이내'를 기준으로 하되, 쌀, 보리처럼 장기간 보관이 가능하고 또 불가피한 먹을거리는 '반경 300㎞ 이내'를 기준으로 하자는 것. 이렇게 되면 한국의 경우에는 쌀은 국산을 먹는 것만으로도 지역 먹을거리를 먹는 셈이 된다.
단순히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사회적 거리 역시 고려해야 한다. 미국에서는 지역 먹을거리가 소비자의 인기를 끌면서 시스코와 같은 먹을거리 유통업체가 뛰어들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역 먹을거리 공급에 시스코와 같은 유통업체가 개입하면 할수록 생산자인 농민에게 돌아갈 몫이 작아지고, 소비자는 더 비싸게 대가를 치러야 한다.
또 결과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의 거리가 멀어진다. 허남혁 간사는 "생산자와 소비자가 단절된 상태로 익명성이 극대화된 먹을거리는 결국 생산자, 소비자 양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생산자는 단순히 최소한의 비용으로 생산량을 극대화하는 데만 신경을 쓸 것이며 소비자는 그런 생산 과정을 알지 못 하는 현재의 상황이 그대로 존속된다"고 설명했다.
논쟁 중인 지역 먹을거리를 둘러싼 몇 가지 쟁점도 있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라고 해서 다 안전한 먹을거리는 아니다. 원거리를 이동해 온 유기 농업을 통해 생산한 먹을거리와 지역에서 생산한 화학 비료, 농약에 의존한 관행 농업을 통해 생산한 먹을거리 중 무엇을 소비하는 것이 더 나을까?
또 지역에서 생산된 먹을거리를 제외한 다른 것, 예를 들어 바나나, 커피 등을 먹지 말자는 말인가? 지역 먹을거리 운동을 하는 이들 중 일부는 소비를 줄이는 것을 전제로 '공정 무역(fair trade)'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즉 비록 원거리를 이동하지만 제3세계 생산자에게 정당한 몫을 주고 사온 먹을거리를 선택하자는 것이다. (편집자 : 이런 논쟁은 앞으로 계속되는 연재에서 자세히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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