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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새만금에서 이명박과 '통'하니 좋더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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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유시민, 새만금에서 이명박과 '통'하니 좋더냐"

[기자의눈] 유시민의 새만금 개발 계획

대통령을 꿈꾸는 유시민 의원이 "새만금에 100개(1800홀) 이상의 골프장을 건설하면 아시아의 관광객을 끌어 모을 수 있을 것"이라고 4일 말했다. 전라북도를 방문한 그는 "나는 새만금 간척 사업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사업이라고 주장했다"면서 "물막이 공사가 끝난 마당에 전북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유시민 의원의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방조제 끝물막이 공사는 2020년에야 끝날 새만금 간척 사업의 첫 번째 반환점을 돈 것에 불과하다. 새만금 방조제 내측을 육지로 만드는 작업이 앞으로 남았으며, 그 과정에서 수질 오염 문제가 언제든지 사업 자체를 좌초시킬 수 있다. 수년째 해양수산부가 추적하고 있는 새만금 방조제 내·외측 수질은 이미 심각한 상태다.

유시민 의원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다. 범여권의 대선 후보 가운데 3~4위권에 머물고 있는 유 의원으로서는 정동영 후보에게 쏠려있는 전북 지역의 표심을 자신으로 돌려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한 표에 일희일비하는 정치인이라지만 "새만금 간척 사업을 예전에도 반대했고 지금도 그렇다"는 사람이 내놓은 대안이 고작 골프장이라니.

새만금 간척 사업은 관료의 '이기적' 행동이라더니…

이런 유시민 의원의 새만금 개발 계획을 접하면서 문득 한 재야 경제학자가 5년 전에 내놓았던 책에 담긴 내용이 생각났다. 이 책의 저자는 아주 강한 어조로 당시 김대중 정부가 내린 새만금 간척 사업 '강행' 결정을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現 한국농촌공사) 관료들이 (공익의 이익을 저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추구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2001년 9월 정부는 쌀 증산 정책 포기를 공개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 (…) 정말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쌀 증산 정책을 포기해야 한다는 연구기관의 보고서 결론을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가 전라북도의 개펄을 몽땅 논으로 바꾸는 새만금 사업을 밀어붙였다는 사실이다.

한편으로는 증산 정책을 포기하면서 동시에 다른 한편으로는 쌀 증산을 명분으로 멀쩡한 개펄을 없애버리는 사업을 추진하는 행태를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조직과 인원과 예산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 관료들의 '합리적 선택'이라는 것 말고는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이 책의 저자는 이어서 "정치인과 관료가 자기 자신의 이상과 이해관계에 입각해서 공공재 공급과 관련된 의사 결정을 내리는 한 국가의 '보이는 손'과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의 우열을 논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라고 단언했다. 한 표라도 더 얻고자 다른 정치인을 따라 장밋빛 새만금 개발 계획을 떠드는 데 동참한 유 의원을 겨냥한 말인 듯싶다.

새만금 간척 사업 심사숙고하자더니…
▲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유시민 지음, 돌베게 펴냄). ⓒ프레시안

애초 새만금 간척 사업을 농지를 조성하기 위한 사업이었다. 2006년 대법원이 새만금 간척 사업을 용인한 것도 바로 농림부, 한국농촌공사가 내세웠던 이 사업 목적을 염두에 둔 것이다. 그러나 이런 사정과 관계없이 유 의원은 농지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환경을 파괴할 대규모 위락 시설을 짓겠다는 것이다. 앞의 저자는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국가는 예측하기 어려운 규모의 환경 파괴를 동반하는 사업에서는 최대한 소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 경제학자들은 무차별적인 환경 파괴가 저질러진 시대에는 그것이 자기네가 담당해야 하는 문제인지조차 몰랐던 과거의 집단적 오류에 비추어 지금이라도 스스로 경계하고 삼가는 태도를 가져야 할 것이다."

더 나아가 이 저자는 새만금 간척 사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도 명쾌하게 설명했다. 그는 "새만금 사업과 관련해 한 가지 확실하게 말할 수 있고 또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사실은 자연의 경제적 가치에 대한 평가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라며 "새만금의 경제적 가치에 대해서 우리는 오늘날과는 크게 다른 평가를 내리게 될지도 모른다"고 충고했다.

"그때 가서 어떤 경제학자는, 오늘날 우리가 몇 개의 염색공장을 위해 도심을 흐르던 강을 죽여 버렸던 70년대를 개탄하는 것과 똑같은 심정으로, 논을 만들기 위해 그만큼 넓은 개펄과 강과 해양 생태계를 없애고 파괴해 버렸던 2000년대 벽두의 어리석은 행위를 개탄하는 글을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당적 바꾸는 '철새'보다 더 무서운 '철새'는?

짐작했을 것이다. 길게 인용한 책은 바로 유시민 의원 자신이 2002년에 펴낸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돌베개 펴냄)이다. 이 책에서 유 의원은 "물막이 공사가 끝났으니 어쩔 수 없다"는 '아니면 말고' 식의 현재 태도와는 상반되게 새만금 간척 사업의 찬반 입장을 꼼꼼히 검토하면서 앞의 주장을 펼치고 있다.

영국의 철학자 러셀은 정치인을 놓고 "말하기에 너무 바빠서 생각할 시간이 없는 사람"이라고 비꼰 적이 있다. 그러나 말하기에 바빠서 자신이 불과 5년 전에 쏟아낸 말을 까맣게 잊어서는 곤란하다. 우리가 '철새' 정치인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것은 그들이 지지자를 배신하고 어디로 튈지 몰라 미덥지 못 하기 때문이다.

당적을 바꾸는 것보다 더 위험한 철새 정치인은 바로 '생각'을 바꾸는 이다. 유 의원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가? 새만금 개발 사업 계획만 놓고 보면 유 의원은 이미 경부운하 만들겠다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와 시쳇말로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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